보도국, 시사제작국 등 MBC 곳곳에 설치된 고해상도 HD급 CCTV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기존 설치돼 있던 도난방지용 CCTV를 보강 설치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파업 이후 책상에 놓인 서류 제목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선명한 화질의 CCTV가 설치된 점을 문제 삼으며 “기자, PD들의 일상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MBC노조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MBC본사 5층 보도국에 파업 기간을 중심으로 고해상도 HD급 CCTV 8대가 설치된 데 이어 지난달에 4대의 CCTV가 추가 설치됐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팀이 속해 있는 6층 시사제작국에도 CCTV 4대가 새로 설치됐다.

특히, 이 CCTV의 경우 파업 이전부터 있었던 기존의 도난 방지용 CCTV와는 달리 비선형 편집을 통해 녹화된 피사체를 줌(ZOOM)으로 확대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책상에 놓인 서류는 물론이고, 어떤 신문을 읽는지,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는지 또한 화면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회사 쪽은 HD급 CCTV를 통해 침묵 시위에 나섰던 보도 부문 구성원들을 확인, 3차례에 걸쳐 150여명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문을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CCTV의 목적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 고해상도 CCTV에 찍힌 보도국의 모습. 한 구성원이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MBC노조
MBC “구성원 감시 목적 아니다”

고해상도 HD급 CCTV가 추가 설치된 것에 대해 MBC는 “구성원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하필 파업이 끝나고 구성원을 감시하는 것처럼 비춰져서 유감스러운데 애초 CCTV가 설치된 것은 보도국, 시사제작국 등 구성원들의 요구에 의해 설치되었고 주된 목적은 시설보호 및 도난방지용”이라며 “이번에 새로 설치한 게 아니라 이미 설치된 CCTV가 화질이 떨어지고 사각지대가 발생해 추가 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일방적으로 설치한 게 아니라 각 국, 실의 의견을 모아 예전부터 설치돼 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해상도 CCTV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등 “불법행위일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게 노조의 반박이다. 노조는 특히 김재철 사장을 지목해 “MBC를 감옥으로 만들었다”며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CCTV와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해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 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못 박고 있다.

노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회사가 새로 설치한 고해상도 CCTV는 비선형 편집 기능을 통해 화면 확대와 축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기기는 고정형으로 천장에 달려 있지만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녹화된 화면과 피사체의 크기를 조작할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CCTV 설치 여부와 설치 위치 등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를 충족해 CCTV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매사에 법과 사규를 우습게 하는 김재철 사장은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회사 쪽에서 주장하는 용도로만 CCTV가 사용되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용도로만 사용돼야지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CCTV의 녹화 분량, 각도 등이 회사 쪽 주장대로 사용되는 건지, 명분만 그렇고 실제 노동자 감시용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파악해야 한다”며 “회사가 이야기 하는 명분을 최소한으로 적용하고, 불필요하면 철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노동자가 약자이긴 하지만 (CCTV를 통한 녹화가) 싫다면 거부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보면 개인정보처리중지요청을 할 수 있고, 행정안전부나 노동부에 개인정보 침해 감시 신고를 하거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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