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사태가 지난 8월6일, 1400일을 맞았다. 최근 장기화 되고 있는 해직 문제에 대해 “법원 판결을 수용해 해결하려 했다”는 구본홍 전 YTN 사장의 인터뷰에 이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YTN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YTN 회사 쪽의 입장은 강경하다.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2008년 10월 시작된 해직사태, 1400일 넘어

YTN 해직 사태는 지난 2008년 10월, 구본홍 당시 사장 반대 투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YTN 노조원들은 이명박 캠프의 방송 특보를 지냈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온 것과 관련해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구본홍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8년 10월6일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등 6명의 기자들이 YTN 인사위원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2012년 8월 현재, YTN 해직사태는 1400일을 넘겼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태 해결의 여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4월1일, YTN 노사는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상호 신뢰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서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구본홍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했고, 2009년 11월 법원이 ‘6명 전원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음에도 결국 YTN은 “법원 판결은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다”며 항소했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합의에 직접 서명했던 구본홍 전 YTN 사장은 최근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를 수용할 생각이었다. 1심의 결과가 YTN 완전 정상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며 현재까지 해직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 해직사태 해결 위해 마지막 제안했지만…

이런 가운데,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해직사태 해결을 위해 YTN노조는 회사 쪽을 향해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YTN은 “상황이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해직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주장과 함께 내놓은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 입장을 밝혀, 이번 노조의 제안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YTN노조는 지난 1일, ‘해직 사태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회사 쪽에 공식 제안했다. 노사 각각 5명을 위원으로 선정해 해직사태 해소 방안 합의안을 도출하고, 합의안에 대한 사원 찬반 총투표를 거친 뒤 노사는 투표 결과를 수용해 조건 없이 즉각 합의안을 이행한다는 게 이번 제안의 핵심이다. 노조는 그러면서 “해직 문제와 관련해 지속돼 온 불필요한 오해나 진통, 소모전을 줄이고 생산적이고 책임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마지막 제안”이라며 논의 방향, 합의 내용, 투표 결과를 예상할 수 없어 부담이 매우 크지만 갈등을 막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이 같은 제안에 대해 YTN 쪽은 “해직 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해직자들의 개인적인 어려움이 가중돼 가고 있고 사원들도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결국에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YTN은 8일 “깨끗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새 출발하자. 회사는 대화합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해직자 및 노조를 향해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이 이뤄질 경우 노조의 제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YTN은 △전 정권 당시 노조가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에 영향을 줄 의도를 갖고 YTN 사장 영입을 적극 주도해 왔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유로 장기간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회사와 전체 사원들에게 손해와 염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고 △투쟁 과정에서 임원, 간부, 사원들에게 욕설 반말 등을 통해 인격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아쉬움을 밝히면서도 다시 한 번 회사 쪽을 향해 변화된 입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YTN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회사 쪽의 거부로 그동안 노조 제안의 성사를 위해 애썼던 사우들과 간부들의 순수한 노력이 또다시 한순간에 헛된 물거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오는 17일까지 회사의 변화된 입장을 한 번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능단체와 간부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 2011년 10월7일 오전 8시, YTN 후문에서 YTN노조 집회가 열리고 있다. ⓒ미디어스
YTN 안팎으로 거세지는 복직 촉구 목소리

해직자 문제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YTN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 이전 해직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YTN 등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촉구 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구본홍 전 사장의 발언을 계기로 YTN 해직사태가 다시 주목을 받는 등 YTN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사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 등 의원 26명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의 공정성과 자유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직 또는 징계 처분을 받은 KBS, MBC, YTN 등 언론인들을 위해 이른바 ‘해직언론인 복직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재천 의원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YTN 해직사태에 대해 “합의 당사자인 구본홍 전 사장이 최근 기자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때 법원 결정의 의미는 1심 판결이라는 의미였음을 확인했지만 지금 현 (배석규) 사장은 이때 법원 판결의 의미는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까지 복직시켜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준수하고 사찰 방송장악 침해에 대한 청문회 나와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만간 국회 차원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언론파업 관련 청문회가 열릴 경우, YTN의 현안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접촉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언론사 파업 청문회가 빨리 시작될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앞으로 배석규 사장 등 YTN 경영진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정치적 지형이 구성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YTN의 경우, 불법사찰 관련 정황 및 증거들이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배석규 현 사장을 언급한 문건 또한 공개되었기 때문에 불법사찰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배석규 사장 문제를 비롯한 YTN 현안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재 MBC, KBS,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공정보도를 내걸고 파업을 진행했던 언론인들이 모두 현업에 복귀한 것과는 달리, 사실상 YTN만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에 언론파업 관련 청문회가 열릴 경우 YTN의 해직자 문제는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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