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관련한 MBC 자체 감사에 대해 ‘부실감사’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MBC 구성원들이 방송문화진흥회를 향해 ‘부실감사’의 책임을 물어 임진택 감사를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MBC 감사국(감사 임진택)은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지난 3월부터 법인카드 사용내역 분석을 시작해 김 사장 본인의 소명을 듣는 등 지난 7월까지 감사를 진행했으나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지으면서 김재철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 보고서는 특히 명품 구입, 특급호텔 이용, 호텔 마사지, 피부 관리, 지역구 관리 등 노조에서 제기한 의혹 대부분에 대해 “노조의 오해에서 기인했다” “무리가 있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며 김 사장의 해명에 힘을 실어줬다. 또, ‘주말 및 휴일에 법인카드 사용이 집중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는 사장의 업무 스타일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와 함께, 법인카드 사용내역 조회, 해외 사용내역 조회 등 한계가 있으며,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고 회사 안보에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어 한계가 있다고 밝히는 등 스스로 ‘부실감사’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방문진, 임진택 해임하고 법인카드 의혹 재조사 해야”
이번 MBC 자체 감사와 관련해 MBC 기자회, 미술인협회, 방송경영인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영상기자회,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 등 MBC 직능단체들은 8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를 향해 “이번 부실감사의 책임을 물어 현 임진택 감사를 해임하고, 사장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되어 제기된 의혹을 명확히 밝혀내도록 재조사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먼저, 이번 감사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 자격과 능력이 의심될 정도의 수준”으로 “일부 사례들만 살펴봐도 한 회사의 감사보고서라고 하기엔 그 논리적 비약과 부실함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 휴일 법인카드 사용비율과 사용처, 사용내역 등이 전임 사장들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해 명확히 밝혔어야 했지만 보고서는 기억의 한계, 사용내역 조회의 한계, 심지어 정치적 이용과 회사 안보위협 등을 늘어놓으며 감사의 책임과 권한에서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제시와 치밀한 분석 없이 경영 스타일, 개인적 취향이라는 미학적 수사까지 동원하는 등 제기된 의혹을 명확히 밝혀내기 보다는 이를 덮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MBC 정관에 따르면, MBC 감사는 ‘업무 및 회계 감사’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업무 및 회계 감사라는 큰 틀 안에서 제작비와 관련한 감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사장에게 인사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MBC본사에 대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자회사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을 수도 있다. 19개 지역 MBC 감사와 겸직한다.
1951년생인 임진택 감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삼일회계법인 감사본부 책임사원 및 본부장, 제일기획 사외감사, 삼성SDI 사외감사, 한국관리회계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임기는 오는 2013년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