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업무복귀 결정 직후 노조원들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인사 발령했던 MBC가 이번에는 보도국 게시판에 권재홍 본부장의 앵커직 사퇴를 요구한 기자들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징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김희웅 기자는 지난 18일 새벽 보도국 게시판에 ‘MBC 뉴스의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글을 올려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부상 뉴스 보도와 그에 따른 <뉴스데스크> 신뢰도 하락을 이유로 권 본부장의 앵커직 사퇴를 요구했다. 조승원 기자 또한 이 글에 댓글을 달아 시청률 향상을 위해서라도 권 앵커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그러나 그 이후, 당사자인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임원회의에서 두 기자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두 기자에게 어떤 경위에서 글을 올리게 되었는지 등을 담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희웅 기자가 소속된 시사제작국 김현종 국장은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을 통해 김 기자에게 “글을 내리면 문제 삼지 않겠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김 기자가 글을 내리지 않자 심원택 부장은 즉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김현종 국장에게 전달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역시 안택호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조승원 기자에게 같은 요구를 했지만, 이에 대해 기자가 거부하자 19일 오전까지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보도국 게시판에 글을 쓴 기자들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MBC 쪽은 ‘사내질서 문란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업무에 복귀했으면 업무에 열중해야지, 앵커는 뉴스의 얼굴인데 ‘허리우드 액션’이니 뭐니 하며 앵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발언으로 그러는 건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라고 노조에 밝혔다.

그러나 MBC노조는 이에 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뉴스의 신뢰도와 시청률 하락에 큰 기여를 한 당사자로서 자중하기는커녕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비판하는 두 기자의 징계 필요성을 앞장서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박성호 기자회장을 또 해고하고 최형문 왕종명 기자를 중징계 했던 권재홍 본부장에게 아직도 후배들의 피가 더 필요한지 엄중하게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스>는 권재홍 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권 본부장은 “회의 중”으로 통화가 어렵다는 답변을 전했다.

MBC노조,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 제기한다

한편, MBC가 노조의 업무복귀 결정 당일 파업 참여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 내면서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한 것과 관련해 MBC노조가 법원에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을 제기한다. MBC노조가 ‘보복성 인사 발령’으로 파악하고 있는 노조원은 모두 54명이다.

MBC노조는 먼저, 단체협약 26조 5항 인사원칙은 ‘직종 변경 등 주요 인사 이동시에는 적재적소와 기회균등, 욕구 충족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조합원의 의견을 참작해 사전에 노동조합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회사 쪽은 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전에 그 어떤 협의,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오늘(19일)부터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노조원들이 전출당한 근무지를 직접 찾아 현장 조사에 착수하며, 54명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에 필요한 당사자 동의를 얻은 뒤 이르면 다음 주 초에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일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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