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가 170일간 이어졌던 총파업 중단을 선언한 17일 밤, MBC가 기습 인사발령을 냈다. 김재철 사장은 업무복귀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파업 참여 노조원 50여명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해 ‘보복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17일 밤 10시 경 보직 간부 및 일반 사원 등 모두 155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냈다. 동시에 기획홍보본부 내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 출범과 관련해 중부권 취재를 위해 보도국 내 중부권 취재센터를 신설하고, 주말 뉴스 강화를 위해 주말뉴스부를 신설했다.

MBC는 특히 미래전략실 신설과 관련해 “미디어 환경에서 신시장과 신상품을 개척하기 위한 미래 전략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며 “종편 등장 등으로 도래한 다채널 다매체 시장에서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시청 트렌드를 분석하고 무가지 등 새로운 매체로의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회사의 미래전략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파업 기간 도중 <제대로 뉴스데스크> 등을 담당하며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기자들의 경우 보도국 소속에서 서울경인지사 등으로 발령이 났다. 또, 길거리 서명전 등을 담당했던 아나운서들의 경우에도 아나운서국 소속에서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등 업무와는 무관한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전종환 기자 등 보도국 기자들, 취재 무관한 부서 발령

MBC노조는 이번 인사발령을 통해 약 50여명의 노조원들이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전직한 전종환 기자의 경우 보도국 소속에서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발령 받는 등 보도국 내에서 약 5명이 취재와는 무관한 부서인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 신사옥건설국 등으로 발령을 받았다. 다른 기자들도 보도국 소속에서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수원총국·인천총국·성남용인총국 발령을 받는 등 20여명의 기자들이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고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보도 부문의 경우, 이미 해고 3명을 비롯해 정직 13명, 대기발령 14명 등 이미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아나운서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도 이어졌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허일후 아나운서는 미래전략실로, 김상호 아나운서는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로, 김범도 아나운서는 서울경인지사 인천총국으로 각각 발령이 났다. 기존 정직 2명, 대기발령 5명을 포함해 아나운서국 전체 노조원 37명 가운데 11명이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시사교양 부문의 경우에도 해고 2명, 정직 4명, 대기발령 13명 이외에 추가로 2명에 대한 인사 발령이 이뤄져 전체 노조원 55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었던 조능희 PD는 교양제작국에서 사회공헌실로, 송일준 PD는 외주제작국에서 미래전략실로 발령이 났다. 더불어, 80년대 입사한 고참사원임에도 노조 파업에 동참했던 안성일 전 노조위원장, 최상일 전 PD협회장의 경우에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발령이 났다.

이 밖에, 홍보국 소속 노조원은 서울경인지사 성남용인총국으로, 영상미술국으로, 영상 취재를 담당하던 노조원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보내는 등 본인의 업무와는 무관한 부서로 발령했다. 아울러, 경영지원국 인사부·법무노무부 소속 노조원에 대해서도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으로 발령하는가 하면 회계부 소속 노조원에 대해서도 신사옥건설국으로 발령을 했다.

▲ MBC노조가 17일 오전 조합원총회를 열어 총파업 잠정 중단 안건을 결의하고 있다. ⓒMBC노조

보도국 주요 보직 부장 인사를 두고도 말이 많다.

황헌 선거방송기획단장의 경우에는 최근 보도국장으로 재임할 당시 총선 보도에 대한 공정성, 편파성이 일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시사매거진 2580> 팀장으로 임명된 심원택 시사제작국 시사제작2부장은 지난 2009년 공정방송노조원이었던 시절 “MBC의 불공정 보도를 사과한다”며 공개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고, 이 모습은 보수신문에 크게 실려 당시 내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규정한 뒤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보직부장이 된 사례도 있는 등 대선을 앞두고 공정방송 의지를 찾을 수 없는 자기 사람 챙기기에 혈안이 된 인사”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이번 보복인사는 김재철 사장이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지금 공정방송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즉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에 대한 악랄한 보복인사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의중을 공공연히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번 인사에 대해 ‘원천무효’임을 밝히며 관련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 달 후임 사장이 인선될 경우 이번 인사를 무효화 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MBC “보복성 인사 주장, 동의하지 않아”

그러나 보복성 인사 주장에 대해 MBC 회사 쪽은 “보복성 인사 주장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윤석 정책홍보부 부장은 “170일 동안 이어졌던 노사 갈등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업무복귀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라며 “파업 기간 동안 채용했던 인력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18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업무복귀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노조가 업무복귀를 했음에도 ‘잠정 중단’이라고 하고 있고, 파업 기간에 채용한 인력들에 대해 ‘동료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한 상황에서 아무 일 없이 원래 부서로 발령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빠른 시간 내에 (발령 받은 노조원들이) 원래 본인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MBC 문화가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1년 5월 MBC가 이우환 PD와 한학수 PD를 본인 동의없이 비제작부서로 발령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는 권리남용으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5월 MBC는 <PD수첩>을 통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편을 방송한 이우환 PD를 비제작부서인 용인드라미아로, 과거 <PD수첩> 황우석 편을 비롯해 지난해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한 한학수 PD를 경인지사로 각각 인사 발령한 바 있다.

이에 해당 PD들은 전보발령 효력 정치 가처분을 냈고, 이에 대해 7월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성지용 부장판사)는 “MBC는 시사교양국의 능력있는 PD들을 비제작부서로 전보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MBC의 전보 발령은 정당한 이유없는 방송사의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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