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총파업이 170일 만에 일단락됐다. MBC노조는 17일 낮 조합원 총회에 이어 업무복귀 투쟁 선언식을 열어 MBC 역사 상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던 김재철 퇴진 투쟁이 마무리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총파업 중단 배경

MBC노조가 총파업을 중단하게 된 데에는 ‘여야가 오는 8월 새롭게 들어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배경이 큰 영향을 줬다. 여야가 합의문에 ‘김재철 퇴진’을 명확하게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여야 모두 김재철 사장을 퇴진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보였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또, “2014년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도 총파업 중단 결정에 한 몫을 했다. 즉, 사태가 170일 가까이 이어지는 등 장기화 되고 있음에도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사퇴 불가’만을 밝힌 채 강경 행보만을 있는 김 사장 스스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기에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장기간의 무임금으로 인해 생활고에 직면한 조합원들의 희생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

▲ 17일 오전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MBC노조

김재철 퇴진 투쟁의 성과들

김재철 퇴진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 쪽으로 정치권 안팎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김재철 사장 문제가 단순히 한 회사의 노사 문제를 넘어 언론의 공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또렷해졌다는 점이다. 당초 “언론사 내부 문제”라며 선을 긋던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MBC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면서 MBC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결국, 여야가 국회 개원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MBC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새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의 역할을 언급하는 쪽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성과를 얻었다.

또, MBC 파업을 계기로 KBS, YTN, 연합뉴스 등 각 언론사들의 연대 파업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점 또한 MBC노조 파업의 큰 성과로 꼽힌다. MBC노조가 1월30일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와 YTN지부도 3월7일과 8일, 연합뉴스 노조 또한 지난 3월15일부터 각각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물론, 각 언론사가 내건 현안들은 달랐지만 ‘공정보도’ 현안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며 연대 파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최장기 파업에 따른 기록들도 잇따랐다.

170일 동안 이어졌던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은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이었던 최창봉 사장 퇴진 투쟁의 기록을 넘어섰다. MBC노조는 과거 1992년 최창봉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52일 동안 투쟁을 이어간 바 있다.

또, 이번 파업 기간 동안에만 모두 6명의 해직 언론인이 나왔다. 정영하 MBC본부 본부장을 비롯해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뿐 아니라 박성호 기자,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 등 모두 6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울러, 이번 파업 기간 동안 서울에서만 69명의 노조원이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더 나아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MBC에서 징계를 받은 언론인의 숫자는 232명으로, MBC 노조원 4명 가운데 1명꼴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회사 쪽의 고소, 고발, 소송 등 강경 조처들도 잇따랐다. 회사 쪽이 MBC노조에 제기한 고소, 고발, 소송, 가처분 등 조처들은 약 10여건에 달한다.

MBC는 파업 기간 동안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이유로 노조 집행부를 잇달아 고소했다. 또, 정영하 본부장 등 노조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공개와 관련해 노조 집행부 및 노조원 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노조의 고소, 고발도 이어졌다. MBC노조는 지난 3월6일, 법인카드 남용 의혹과 관련해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으며, 지난 4월24일에도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지난 5월에는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업무상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MBC노조가 17일 오전 조합원총회를 열어 총파업 잠정 중단 안건을 결의하고 있다. ⓒMBC노조

업무복귀 이후에도 파업 후폭풍은 거셀 듯

이번 파업 잠정 중단이라는 노조의 결정 과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조는 정치권의 합의로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역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명분으로 시작된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가 여야 정치권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점이 향후 방송 공정성 투쟁과 새사장 선임과정에 노조의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상황에 따라 새누리당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 또한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오는 8월 새로 구성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김재철 사장 해임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여당 성향이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 또한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영하 MBC본부 본부장은 “새 방문진 이사들이 현 방문진 이사들처럼 사장에 대해 ‘문제없다’라는 하는 등 그런 식의 버티기 국면을 보이게 되면 다시 싸울 것이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여야 합의에 신뢰를 보인만큼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노사 합의로 파업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공정방송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한 KBS와는 달리, MBC의 불공정 보도를 개선하고 공정보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용마 홍보국장은 “단체협약에 공정방송협의회라는 제대로 된 장치가 있기에 김재철 사장에게 이 부분을 압박할 것이고, 후임 사장이 누가 오든 준수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며 “(업무에 복귀해서도) 민주언론실천위원회를 통해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무복귀 이후에도 총파업으로 인한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발령이 예고돼 있는가 하면, 특히 회사 쪽에서 시사교양, 보도국 등을 중심으로 “업무복귀를 해도 업무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각 구성원들이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현실 또한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회사 쪽이 기간 동안 대체 인력으로 채용한 시용 인력 등에 대한 갈등 또한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93명의 대체 인력을 채용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명은 보도국에 투입됐다. MBC노조는 “3년간의 공채로 뽑을 만한 숫자의 인력이 김재철 일당의 연명을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선발되고 말았다”며 “파업 대체 인력은 청산해야 할 용서받기 어려운 ‘공정방송 말살의 공범’”이라며 동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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