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가 17일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 1월30일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170일만이며, 구성원들은 18일 오전 9시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D공개홀에서 전체 노조원이 참여한 가운데 조합원 총회를 열어 총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운동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MBC노조는 16일 낮 12시 서울지부 대의원회를 열어 파업 잠정 중단 안건을 오늘 조합원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MBC노조는 총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여야 합의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 됐다”는 점을 들었다. MBC노조는 “김재철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총파업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큰 실익이 없는데다, ‘파업 잠정 중단’을 통해 김재철의 퇴진과 해임을 앞당기고 압박하는 전술이 당면한 현 국면에서는 더 유효하다”고 밝혔다.

▲ 정영하 MBC본부 본부장(왼쪽)과 이용마 MBC본부 홍보국장이 1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 총파업 잠정 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디어스

MBC노조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을 통해 파업 중단의 의미와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향후 투쟁 계획도 밝혔다.

정영하 본부장은 먼저 총파업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완결을 보지는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완결을 보는 방법이 이 방법이기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잠정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기가 8월9일부터 시작되는데 현 방문진 이사들처럼 김재철 사장을 두고 ‘문제없다’고 하는 등 버티기 국면을 보이게 되면 다시 싸울 것이다. 다시 파업을 할 것”이라며 파업 돌입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이번 총파업 투쟁을 접는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 쪽과 협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에 대한 강경 행보만을 보였기 때문에 협상을 진행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70일 간 진행됐던 파업의 성과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스스로가 파업을 통해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을 스스로 느꼈다”고 밝힌 뒤 “낙하산 사장을 방지할 수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법이 올 가을에 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들어오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김재철 사장이 지금처럼 버틴다면 해임안이 발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날 오후 발표한 대국민 선언문을 통해 “이제 저희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 사망선고를 받은 시한부 사장 김재철이 나가고, MBC를 재건할 새 사장이 들어서며,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MBC답게 바뀌기까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저희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저희들의 노력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업무 복귀 이후 구체적인 투쟁 방향도 밝혔다.

먼저, 국장 정책발표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실시하고, ‘부당 지시 신고센터’를 통해 업무 복귀 이후 벌어질 수 있는 회사 쪽의 부당한 지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편성 제작 부문과 보도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불공정, 편파 보도를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매일 MBC 1층에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정방송 의지가 담긴 투쟁 배지와 팔지 등을 착용하며, 특히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착용 모습을 방송을 통해 노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파업 잠정 중단 이후에도 김재철 퇴진 투쟁 과정에서 대기발령 등 징계를 받은 98명의 노조원들은 업무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MBC 회사 쪽은 또, 이르면 오늘 안으로 노조원 전체를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할 예정이어서 ‘보복 징계’ 우려가 나오는 등 총파업으로 인한 후폭풍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C노조는 오늘 오후 3시, 여의도 MBC본사 1층 현관에서 전 노조원이 참석한 가운데 ‘MBC 정상화를 위한 업무복귀 투쟁’ 선언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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