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사태를 다룬 KBS <추적60분> 방송을 앞두고, MBC 회사 쪽이 <추적60분> 제작진의 취재를 방해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KBS 관련 취재를 들어가는 등 ‘보복성 취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현재 <추적60분> 제작진은 MBC 파업 사태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추적60분>은 MBC 파업 복귀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18일 또는 25일 MBC 관련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적60분> 취재에 대처하는 MBC쪽의 행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작진의 MBC 취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를 막기 위한 MBC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MBC, KBS <추적60분> 제작진 출입 막아

<추적60분> 제작진은 파업에 대한 회사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주 MBC 기획홍보부 앞으로 공문을 보내 인터뷰 및 취재 협조 등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MBC는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추적60분> 쪽은 이와 관련해 <미디어스>에 “MBC가 일단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으나 지속적으로 요청을 드리고 있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 MBC가 <추적 60분> 제작진의 MBC 출입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제작진은 지난 11일 MBC노조 간부 인터뷰를 위해 MBC 여의도 사옥을 들어오려 했지만 정문과 남문에서 모두 제지를 당했다. 이후, MBC쪽은 노조의 항의를 받은 뒤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조건으로 제작진의 출입을 허락했다.

이 과정에서 MBC쪽이 VJ 등을 동원해 인터뷰 장면을 채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MBC노조 특보에 따르면, <추적 60분> PD는 “사내에서 인터뷰할 때 멀리서 MBC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6mm 카메라로 우리를 촬영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으며, 노조의 한 간부도 “인터뷰 장면을 찍는 VJ에게 물어보니, 회사에서 <추적 60분>팀의 취재 모습을 찍어두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 뿐 아니다. KBS 취재진의 MBC 출입을 막는 것에 이어 MBC 취재를 막기 위해 MBC 간부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MBC노조에 따르면, MBC는 <추적 60분>의 취재 요청을 거절한 직후 KBS 쪽에 “‘<추적 60분>이 MBC 파업 문제를 다룬다면, 우리도 KBS의 문제점들을 취재해 <100분토론>이나 뉴스 등을 통해 다루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S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 이일화 KBS 전 보도본부장과 권순범 KBS 시사제작국장 등 4인이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디어스>에 밝혔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MBC 시용기자, 수신료 등 KBS 문제 취재 시작

이와 함께, MBC 시용기자를 통해 KBS 수신료 문제를 취재하는 등 MBC가 KBS에 대한 ‘보복성 취재’에 나섰다는 정황도 여럿 드러났다.

KBS 홍보실에 따르면, MBC 정치부 소속 시용기자는 12일 KBS 홍보실을 직접 찾아가 ‘KBS 수신료를 인상하는 게 적절한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조는 김인규 사장으로 인해 방송이 불공정해졌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BS 쪽은 기자를 향해 “왜 갑자기 지금 이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이 이슈가 되는 것이냐”고 물은 뒤 “지금은 수신료 인상 등에 대해 KBS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시용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도 전화를 걸어 KBS 문제와 관련한 취재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용기자는 지난 11일 KBS본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수신료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데 이어, 12일 김현석 KBS본부 본부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KBS 수신료 인상 등에 대한 노조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KBS본부 쪽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자라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 같은 MBC의 움직임에 대해 KBS본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MBC 파업 사태가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합의 내용이 될 정도로 뜨거운 화두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는 게 KBS의 역할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템으로 발제를 해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MBC가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취재 거부를 통해 진실을 은폐하거나 아니면 사실 관계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MBC의 행보를 비판했다.

MBC노조 또한 이에 대해 “이 같은 ‘보복 취재와 취재 방해’는 결국 MBC가 공영 언론사로서의 기능과 본분을 포기했다는 증거”라며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하는 사기업처럼 MBC 역시 사유화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MBC사측은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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