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는 석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파업을 마치고 일상 업무로 돌아갔다. 그런 새노조에 대해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추적 60분이 MBC파업사태에 대한 취재를 결정함으로 희망적인 기대가 늘고 있다. 물론 거기에도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애초의 기획안을 권순범 국장이 거절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서 추적60분팀이 대외적으로 항의하고 나섰고 SNS를 중심으로 거센 항의가 물결쳤다.

여론의 압박에 부담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결국 추적60분의 취재안이 통과되어 조만간 MBC파업에 대한 추적60분의 냉정한 보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 방송이 하루만 정지되어도 큰 사건인데 6달을 향해 가는 MBC 파업에 대해서 이렇다 할 취재와 보도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송의 보도기능이 정지돼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었기에 분명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추적60분의 MBC파업 보도는 늦었지만 2012년 방송의 보도기능에 대한 옅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 정도는 되어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MBC노조가 저화질 공정방송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많은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국민이 그 핵심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추적60분의 용기와 결단이 가져온 변화라는 점에서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단 추적60분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KBS 시사프로그램의 목소리에 전과 달리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취재파일4321은 서초구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교회가 공공도로 지하에 영구적인 예배시설을 짓게 된 배경의 의혹들을 보도했으며, 또한 1년이 지난 희망버스의 의미를 되짚어 한진중공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주었다.

현재 MBC파업사태는 무한도전 결방이라는 단어로 상징되고 있다. 당연히 무한도전 하나만을 말하는 것일 수는 없다. 거기에는 PD수첩이 있고, 본질을 상실한 100분 토론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사 파업의 상징이 된 것은 슬프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일이다. 방송의 기능 중에서 오락은 여럿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의 방송은 오락 부분이 기형적으로 커져 있다.

그런 기류 속에서 무한도전이 오락만이 아닌 비판의식을 웃음 속에 담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며, 그것을 시청자들이 알고 더 환호하고 아낀다는 것은 더 소중한 희망의 증거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무한도전은 전 방송사를 통해 하나밖에 되지 않으며 여전히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에 대해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은 기존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공정보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아직도 기존 뉴스의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한 일이지만 그래도 탐사보도라도 조금씩 제 기능을 하려는 시도는 긍정의 신호일 것이다. 그러다 또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요즘 KBS의 일부는 달라지고 있고, 오락에 지친 정신을 긴장시켜주는 즐거움이 있다. 투쟁을 해야 보도할 수 있는 KBS라지만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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