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KBS사측이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KBS 새노조와 전격적으로 합의한 지 일주일만에, '새 노조 파업 도중 (내부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일부 간부들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간부교체 시도가 파업을 종료시킨 노사간 합의내용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간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본부내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일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용길 KBS 콘텐츠본부장은 12일 오전 교양다큐국 EP 3명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면서 '새노조 파업도중 (내부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보상차원에서 자리를 줘야 하기 때문에 비켜줘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길 본부장은 교양다큐 PD 출신인 홍기호 KBS 새노조 부위원장 등이 요청해 이뤄진 13일 오전 면담 자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새 노조 소속의 교양다큐국 조합원들은 13일 저녁 총회를 열어 서울 여의도 KBS신관 8층 다큐멘터리국 사무실에서 즉각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교양다큐국 EP 3명에 대한 인사 조치자체가 '파업 도중 공을 세운 사람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면, 그동안 사내에서 '새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는 18일 공식 인사가 발표되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날 총회에는 약 170명의 조합원 가운데 약 80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양다큐국 조합원들은 사측이 문제적 인사들을 등용시키는 공식 인사를 18일 발표한다면, 19일 곧바로 제작거부 찬반투표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KBS 내부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던 이승만 다큐의 CP를 맡았던 김정수 PD 등이 기존의 EP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간부로 등용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본부와 달리 유독 콘텐츠본부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난 배경으로는 새 노조에 적대적인 사내 강경파들이 콘텐츠본부에 집중돼 있는 점이 꼽힌다. 특히, 이번 EP 인사와 관련해서는 강경파인 콘텐츠본부 출신의 최고위 간부가 직접 나서서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홍기호 새 노조 부위원장은 13일 저녁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용길 본부장의 발언은 새 노조 파업 도중 내부에서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문제적 인물을 간부로 승진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사화합을 다지기로 한 합의문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회사측이 교체시키려는 EP 3명은 나름대로 사내에서 후배PD들과의 소통이 원만했던 분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13일 저녁 <미디어스>의 취재요청에 "미디어스 기사를 보면 제대로 된 기사가 하나도 없고, 왜곡으로 가득차 있다"며 답변을 피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한편, 김인규 KBS 사장과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지난 5일 '상호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영방송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대선방송 등 공정방송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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