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와 생방의 결합은 이종교배처럼 어색했다. 녹화된 분량은 확실히 생방 때보다 안정적이고 음질의 향상도 가져왔고, 문제가 됐던 박명수의 진행도 생방과 달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녹화된 분량은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생방의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지루하고 무미건조해졌다. 특히, 객석이 빈 공개홀에서 노홍철 혼자서 진행하는 결과발표 시간은 그 어색함에 손발이 오글거릴 지경이었다.
녹화된 경연이 끝난 후 잠시 가수들과 모여 뒤풀이 분위기를 연출한 부분은 그런 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은 녹화분량이 떨어진 후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하는 남은 생방송 분량이 문제였다. 가수들은 순위 발표 때문에 다시 나가수 대기실로 출근해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가수들과 출연진들은 바뀐 시스템으로 인해 일주일에 두 번 출근을 하게 됐다. 그럼 두 번 출근한 효과를 냈어야 했지만, 생방송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어색하고 지루한 소감 릴레이로 긴 시간을 때우는 것에 불과했다.
가수들이 각자의 집이나 사무실에 있다면 몰라도 방송 출연을 위해 풀 메이크업을 하고 나왔음에도 대기실에 격리하고, 카메라를 통해서 노홍철과 대화하게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출이었다. 자연 일대일 인터뷰에서 재미를 뽑아내야 하는 노홍철만 죽을 맛이 될 수밖에 없다.
녹화 때와의 연결성을 생각해서라도 생방 때 가수들은 역시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녹화 방송과 같은 작은 대기실이 아니라 무대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시즌1과 달리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방송 초반 가수들이 모두 모여 조추첨할 때가 나가수2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녹화된 분량이 생방보다 음질향상과 출연진에게 주었던 과도한 긴장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다주었지만, 역시나 시청자 문자투표에는 역효과를 냈다. 단순비교라는 맹점이 있지만 지난주와 비교할 때 거의 절반가량이나 문자투표가 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인은 연출에서 찾아야 한다. 생방 때는 할 수 없었던 좀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연 막간에 넣는 식의 연출을 보였다면 시청자는 녹화라는 사실보다는 각 가수들의 선곡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녹화지만 생방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결과를 낼 묘수는 다름 아닌 콘텐츠이다. 사실 결과 발표의 생방이 욕 나올 정도로 지루해진 것 역시 콘텐츠의 결핍에서 온 것이다.
연출과 작가들이 더 분발해야 나가수2가 살아날 것이다. 나가수2는 음악자문위원이 아니라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가 필요해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