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의 '김재철 사퇴 촉구' 총파업이 122일째를 맞이한 30일, MBC 사측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에 광고를 내어 "'공정방송'의 명분은 사라지고 노조가 사장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적극 공세에 나섰다.

▲ 파업 122일째인 30일, MBC 사측이 조중동 1면에 실은 광고

MBC 사측은 광고를 통해 "사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의 허위사실 폭로는 가히 '창작소설'에 가깝다"며 "사장의 숙소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와 출근길을 막는가 하면, 동료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꽹과리를 치고 소금을 뿌리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위협을 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이 모두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들의 불법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벌인 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 아시는 대로 노동조합은 파업 초기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더니 이제 노골적으로 언론을 정치적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객관적 비판자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경영진은 그동안 '공정방송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다각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 왔으나 노조는 뜻을 굽히지 않고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 사측은 "시청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파업 초기에 인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었던 프로그램은 이제 대부분 정상화됐다. 문화방송은 오는 7월, 최고의 올림픽 방송을 위해 현장 중계ㆍ취재단을 구성하고 6월 초 발대식을 할 계획"이라며 "'하나되는 대한민국! 승리의 MBC!'라는 슬로건 아래 역대 어느 올림픽 때보다 충실하고 재미있는 올림픽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9일 저녁 MBC 사측은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을 배포하며 노조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해당 글에서 배현진 아나운서는 "(노조 측이)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며 "민주적 절차를 실천해야 할 노조 내에서 절대로 목격되어선 안 되는 장면이었다"고 폭로했다.

배 아나운서는 "파업의 시점과 돌입의 결정적 사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그저 동원되는 모양새는 수긍할 수 없었다"며 "저 뿐만 아니라 파업이라는 최극단의 선택을 100% 이해 못하는 동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 집회에서)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진영의 저명 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는데, 진보건 보수건 간에 '(노조가) 이미 자립 의지를 잃은 것인가' 허탈했다"며 "파업이 무게 중심을 잃고 있지 않나 우려됐다"고 전했다.

배 아나운서는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이라며 "노조에서 탈퇴했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측이 파업 참여 독려를 위해 '폭력'을 가했다는 배 아나운서의 폭로에 대한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이남호 MBC 기자는 29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iveintolove/)를 통해 "폭력 행사가 있었다는 부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다는 건지 (나도) 배현진 씨와 같은 연차이지만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한 번도 그런 일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인사위에 부치든 형사적 처벌을 하든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그게 마치 노조 전반의 문화인 것처럼 악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이번의 언론 공영성 훼손이 어느 정부에서 이뤄졌는지 기억하시기 바란다. 야당 인사들이 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럼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내려와서 김 사장을 비판할 줄 알았던 것인가"라고 물으며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정권이 들어서서 같은 탄압을 한다면 그때는 반대 진영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는 게 상식이고 당연한 일이다. 제발 부탁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마라"고 주장했다.

김수진 MBC 기자 역시 자신의 트위터(@sujin_mbc)를 통해 "배현진의 주인공 정신은 참 안쓰럽다. 자기 합리화와 나르시시즘이 폭력이 된다는 걸 '실증적'으로 목격 중"이라며 "'내가 주인공이고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하다'는 유아적인 의식만 버려도 세상을 깔끔하게 살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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