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결정하고 남한과 북한은 그에 따라 대응과 맞대응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 이에 대해서 전쟁 당사자들인 남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핫라인을 끊고, 네가 치면 나도 친다는 식의 감정싸움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전쟁발발 하루 만에 군인은 20만 수도권 시민은 150만, 일주일이면 군병력은 100만 민간인은 최소 500만이 죽게 된다.

그것도 10년 전 데이터로 살상무기가 훨씬 발전된 현대전이라면 피해는 그 두 배에 달하게 된다. 선거용 국방보고서가 아니다.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대사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런 예측통계보다 훨씬 더 참혹한 지옥에 빠지는 것은 남과 북 우리 민족뿐이다. 통일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평화협정이 꼭 필요하고, 군 작전권을 우리가 가져서 전쟁의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클럽엠의 검은 돈에 매수된 미정부 관리들은 결국 북한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국왕 이재하에게 군경계를 데프콘2까지 올리도록 강요했다.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한미연합사는 어차피 강행할 것이고 이재하는 거부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을 자극해 태풍2 즉 전시체제에 준하는 상태가 됐다.

핫라인도 모두 끊겨버린 남북한에게는 전쟁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함과 동시에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결국 3자 간의 전쟁이지만 피해는 남북한만 보는 이상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을 고작 일주일. 남북한 정부는 현 상태를 해결할 수 없다. 남한은 미국의 눈치를 볼 뿐이고, 북한은 미국에 대한 분노만 키울 뿐이다.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삽질들이다.

그때 이재하는 김봉구로부터 받은 미국 극비문서를 김항아에게 화장품과 함께 보냈다. 그 문서를 빌미로 해서 김항아는 북한 최고위원장과 담판을 벌여 결국 끊겼던 남북비밀회담장에는 이재하와 김항아가 독대를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이재하가 꺼낸 카드는 전쟁을 진짜 원한다면 자기 머리에 총을 쏘라는 것이다. 일국의 국왕이 살해당한다면 그때는 미국의 결정 없이도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국땅에서 하는 전쟁이라면 북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정대로 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이 사는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없을 수 없다.

이재하는 겉모습과 달리 남북한사람들 가슴 속에 숨겨진 두려움을 노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도박은 멋들어지게 성공을 거둬 북한도 군경계를 낮추고 이재하가 제안한 대로 24일 판문점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다분히 낭만적인 해결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이만한 타개책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결정을 돌리기 위해 사정할 필요도 없고, 무엇인가를 대신 양보하거나 희생할 필요도 없는 당당한 남북한만의 해결법을 찾은 것이다. 공식적으로 남북한은 미국의 결정을 모른다는 맹점을 노린 통쾌한 반격이었다. 국왕의 결혼식장에 폭탄을 퍼붓게 되는 전쟁개시를 미국으로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극적인 해결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 한반도의 평화라니, 드라마의 결말로서 이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한 편으로 우선 평화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을 꿈꾸게 된 것은 눈물겹도록 행복한 경험이다. 이만큼 위대한 뜻을 품은 드라마를 언제 또 다시 만날 거라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킹 투하츠는 첫사랑처럼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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