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넥센에 2:1로 패했습니다. LG는 4연승이 끝났고 넥센은 7연승을 달렸습니다. LG의 타선 침묵과 실책, 주루사가 패인입니다.

LG 선발 이승우는 전반적으로 제구가 높고 볼이 많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해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3개의 볼넷 중 2개를 1번 타자 정수성에게 허용했는데 3회초 정수성에게 1사 후 내준 볼넷은 결승점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3회초 2사 2루에서 정수성을 불러들이는 이택근의 적시타를 허용한 것입니다. 이택근과의 승부에서도 2-0의 불리한 카운트 끝에 스트라이크를 넣기 급급한 상황에서 높게 제구된 것이 적시타로 연결되었습니다. 이승우는 5.1이닝 6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는데 제구가 흔들렸으며 넥센 타선의 강력함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제몫은 해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의 패배는 순전히 야수들의 부진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 후반 거의 매 이닝 주루사와 실책이 속출했습니다. 1:0으로 뒤진 6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두 번째 투수 김기표는 김민우를 삼진 처리했습니다. 다음 타자가 넥센의 선발 라인업 중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운 최경철이었음을 감안하면 실점하지 않고 위기를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김기표의 견제구를 1루수 작은 이병규가 뒤로 빠뜨려 추가점을 허용했습니다. 실점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또 다시 내야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한 것입니다.

1루 주자 오윤이 이미 2회초 도루자를 기록했으며 발이 빠르지 않아 6회초 2사 후 재차 도루를 시도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김기표의 1루 견제는 쓸데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김기표는 3-1으로 불리한 카운트가 되자 한 박자 쉬어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견제를 했을 것입니다. 김기표가 노련하게 발을 풀면서 견제 동작만 취하고 견제를 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베이스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악송구도 아닌 평범한 견제구를 빠뜨린 작은 이병규의 책임이 훨씬 더 큽니다.

작은 이병규는 9회말 주루사로 경기를 종료시켰습니다. 9회말 1사 후 내야 안타로 출루했지만 서동욱의 유격수 플라이에 1루 베이스에서 리드가 지나쳐 주루사 당하며 결과적으로 더블 플레이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서동욱의 타구는 잘 맞은 것이 아니라 소위 ‘먹힌’ 타구였기에 내야를 벗어날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에서 작은 이병규는 타구 판단에 실패한 것입니다. 작은 이병규는 오늘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 자질을 보이고 있지만 수비와 주루에서는 약점이 두드러져 안타깝습니다.

▲ 6회말 LG 공격 무사 1,2루에서 1루주자 박용택이 2번 큰 이병규의 좌전 안타 때 2루에서 오버런해 태그아웃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6회말에도 주루사는 LG 공격의 맥을 끊었습니다. 무사 1, 2루에서 이병규의 좌전 적시타가 터졌지만 1루 주자 박용택이 2루에서 오버런하다 아웃되어 상대를 밀어붙일 수 있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아마도 박용택은 좌익수 정수성이 2루 주자 이대형의 홈 쇄도를 막기 위해 홈에 송구할 것이라 판단한 듯하지만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횡사했습니다. 무사였으며 중심 타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용택이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무사 1, 2루의 역전 기회가 중심 타선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지만 박용택의 주루사로 1사 1루가 되어 흐름은 LG에 불리하게 급반전되었습니다.

2:1로 뒤진 7회말에는 LG 벤치의 작전과 선수기용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선두 타자 작은 이병규가 2루타로 출루하자 김기태 감독은 서동욱에게 스리 번트를 지시했습니다. 2:2 동점이 우선이라는 계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타율 0.262에 타격감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서동욱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하고 타율 0.209이며 타격감이 계속 좋지 않은 오지환에게 적시타나 희생 플라이를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많지 않습니다. 서동욱에게 단순히 강공으로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싶었다면 페이크 번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동욱은 희생 번트를 강행했고 1사 3루의 기회에서 오지환은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오지환의 타격 자세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득점권 기회에서 경험이 많지 않는 타자라면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스트라이크가 되면 상대 투수가 유인구로 승부할 때 속수무책으로 삼진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지환은 2개의 스트라이크를 포함해 4개의 공을 방망이를 내지 않고 그냥 지켜보다 2-2의 불리한 카운트가 된 후 5구 유인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타점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오지환이 상대 배터리와의 수읽기 싸움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오지환의 삼진으로 2사 3루가 되자 김기태 감독은 대타 최동수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사실상 유일한 우타자 대타 카드를 2사에 1루가 빈 상황에서 뽑아들었다는 점에서 전혀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습니다. 넥센으로서는 다음 타자가 타율 0.204의 이대형이며 최동수를 제외하면 우타자 대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최동수와 정면 승부를 해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동수는 사실상의 고의 사구로 출루했지만 대타 카드 하나가 무의미하게 날아갔고 이대형은 범타로 물러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최동수를 대타로 활용하고자 했다면 1사 3루 오지환의 타석에서 해야 했으며 2사 이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 LG를 2-1로 누르고 7연승을 달린 넥센 선수들이 손을 마주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넥센에 패하며 연승이 종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넥센전 3연패를 기록하며 상대 전적 1승 5패로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넥센과의 상대 전적에서 이처럼 크게 열세를 보인다면 중위권 이상을 바라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LG의 선발 라인업에도 대폭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4번 타자 정성훈의 타격감이 크게 떨어져 있어 타구질 또한 좋지 않습니다. 오늘도 정성훈은 2번의 득점권 기회에서 병살타 1개를 포함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도합 3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굳이 정성훈의 선발 출장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김용의를 선발 3루수로 출장시키고 최동수를 4번 지명 타자로 기용하며 외야수 중 타격이 가장 부진한 이대형을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으로 외야를 구성해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공수 양면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오지환에게도 휴식을 부여하고 윤진호를 선발 출장시켜도 될 듯합니다. 현재의 오지환이라면 윤진호와 공수 양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LG가 지난주 4연승을 기록했기에 가급적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오늘 경기까지 치렀지만 오늘 패배로 인해 변화를 도모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승패 마진 +3의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도 아니라면 부진한 주전에게 체력을 충전할 휴식을 부여하며 백업 멤버들에게 선발 출전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경기는 시즌 내내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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