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2는 시즌1에 비해서 네임드 밴드가 대거 출전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 주로 예선 마지막 경연이 끝나도록 작년의 톡식이나 포(POE)같이 확실한 개성을 가진 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이름만큼의 실력을 보여주는 네임드 밴드들의 연주를 티비로 본다는 것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티비를 보는 시청자는 즐거운 일이지만 심사위원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됐다. 아무리 경연이라지만 그들의 이름(정확히는 밴드의 역사)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이냐는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시나위, 백두산의 멤버로 밴드의 명맥을 이어온 신대철, 김도균의 입장은 유영석, 김경호와는 조금 다를 수밖에는 없다. 인간적으로 그렇다.

만일 밴드가 전성기까지는 아니어도 대중에게 충분히 사랑받는 시대라면 소위 심사위원이 인간적인 면에 휘둘린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언더의 생활을 누구보다 길게 경험하고 또 잘 아는 신대철과 김도균에게는 심사위원의 냉정함 뒤에 그들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이 있음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물론 김경호도 오래 밴드를 해왔지만 입장은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 둘은 번번이 심사과정에서 마찰을 빚어오고 있다. 대체로 신대철은 네임드를 우대하는 편이고, 그런 것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피아 심사 때에는 김경호 입에서 “이름 있는 밴드는 거의 다 올려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19일 방영된 탑밴드 세 번째 방송에서도 신대철과 김경호를 또 다시 격론에 빠지게 한 밴드가 나왔다. 인디 1세대인 프리다 칼로와 오르부아 미쉘 두 팀의 경연은 본인들도 당혹스럽게 만든 서로가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더 많은 호감을 받은 쪽은 오르부아 미쉘이었다. 그러나 신대철은 반대로 프리다 칼로에게 깊이 감동을 받아 결정에 또 다시 난항을 겪게 했다.

일단 3대 1의 상황이니 객관적으로 프리다 칼로가 뒤졌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때문에 신대철이 끝까지 프리다 칼로의 손을 들어주고자 고집을 피웠던 것은 사실 무리한 태도였다. 그러고도 결국 신대철은의 뜻은 관철되지 않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 특히 김경호와는 깊은 감정적 골이 생긴 듯 했다.

결과 발표 후에 유영석이 대신 전한 상황은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신대철은 다른 세 명의 심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해서 눈물까지 글썽였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결과를 발표한 후 신대철은 프리다 칼로를 위한 특별한 위로를 건네면서 신대철은 애써 웃음을 짓지만 눈가에는 미안한 감정이 가득해 보였다.

사실 신대철의 이런 모습은 심사위원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심사위원이 경연의 현장 외에 다른 요소로 기준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공정치 못한 태도가 분명하다. 그런데 왠지 신대철에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욕하기가 저어된다. 그 이유는 프리다 칼로의 사전 인터뷰에서 대신 찾을 수 있었다. 17년간 인디 밴드로 살아온 프리다 칼로는 “막혀 있는 벽을 향해 끊임없이 외쳐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 현실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신대철이기에 한 번의 무대로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을 평가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 마음을 아마 많은 시청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할 사람이라면 심야에 방송되는 탑밴드2를 불편하게 헤드폰까지 써가며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정치 못한 이 감성적인 심사위원 신대철을 차마 욕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런 신대철의 여린 모습이 인간적으로 따뜻해 보여 좋았다. 그래도 3차 경연부터는 좀 더 모진 마음으로 심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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