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투하는 주키치 ⓒ연합뉴스
LG가 에이스 주키치와 마무리로 등판한 유원상의 호투에 힘입어 3:2로 승리했습니다. LG는 2연승과 함께 두산전 3연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주키치는 8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넘어서는 호투로 두산 타선을 묶으며 시즌 5승에 도달했습니다. 어린이날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던 5월 6일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한을 씻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시즌 주키치는 호투에 비해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8경기에 등판해 5승을 따내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승수를 쌓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확실한 필승계투진인 유원상과 봉중근의 존재 덕분입니다.

어제 경기에 마무리 봉중근이 등판해 오늘 투입될 수 없는 상황에서 주키치는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고 주키치가 남겨둔 1이닝은 유원상이 등판해 마무리했습니다. 9회말 허술한 수비가 겹치며 3:2 1점차로 쫓겼지만 유원상은 침착하게 견제사로 경기를 종료시키며 승리를 지켰습니다. 유원상은 이번 주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했으며 이틀 연속 등판을 했는데 두산과의 3연전이 종료될 때까지 가급적 아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LG의 야수들은 오늘도 공수 양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1회초 3점을 뽑으며 마치 대량득점으로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을 듯했지만 이후 경기 종료까지 단 1점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선발 김승회를 비롯해 두산의 투수진이 LG 타선을 압도한 것도 아닙니다. 번번이 기회를 얻고도 살리지 못하는 집중력 부재를 노출했습니다. LG는 2회초와 7회초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 주자를 출루시켰으며 3회초, 5회초, 6회초, 8회초에는 선두 타자가 출루했지만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특히 8회초 두산의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이 등판했을 때 제구 난조로 2개의 볼넷을 얻으며 1사 1, 2루 기회를 얻었지만 서동욱은 1구 볼 이후 2구 높은 볼에 헛스윙 했으며 다시 3구 높은 볼에 방망이를 내밀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습니다. 노경은의 고질적 약점이 제구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이미 2명의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해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왜 빠른 카운트에서 서둘러 볼에 연거푸 방망이를 휘둘러 범타로 물러났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두산이 7회말 1점을 추격해 3:1 2점차로 쫓기게 되었으며 봉중근이 등판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점을 얻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했지만 서동욱은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기보다 제구가 되지 않는 상대 투수의 볼에 달려들어 아웃으로 물러나 기회를 무산시켰습니다. 서동욱이 자신이 방망이로 해결하겠다고 의욕을 앞세우기보다 차분하게 볼을 골라냈다면 LG는 8회초 대량 득점까지 엿보며 유원상을 쉬게 하고 9회말까지 편안하게 경기를 이끌 수도 있었습니다. 타자들이 경기 흐름과 상대 투수의 성향에 걸맞은 타격 자세를 갖춰야만 LG는 상위권 도약을 넘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 종반 실책성 수비 또한 오늘도 반복되었습니다. 8회말에는 선두 타자 허경민의 타구에 3루수 정성훈은 악송구 실책을 범해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며 9회말에는 선두 타자 오재원의 땅볼 타구에 1루 베이스에 커버하러 들어오는 유원상이 송구를 놓쳤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유원상의 실책이지만 1루로 향하는 유원상과 반대 방향으로 향한 1루수 이병규의 송구가 문제였습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대타 이성열의 타구는 9회말 시작과 함께 좌익수로 투입된 양영동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가 되었는데 양영동이 타구 판단을 적절히 했다면 충분히 포구하며 경기를 종료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LG는 박빙의 경기에서 경기 종반 2이닝 동안 무려 3개의 실책성 수비를 범했습니다.

LG가 이틀 연속 타격 부진과 경기 종반 실책성 수비에도 불구하고 1점차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투수들의 힘 덕분입니다.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은 들쭉날쭉해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투수진이 강력한 팀이 상위권 팀이 될 수 있는데 어제부터 등판한 투수들은 모두 자신의 몫 이상으로 호투해 매우 적은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LG는 경기 종반 박빙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하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경기 후반 타자들의 집중력 부재나 야수들의 실책이 빌미가 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마무리와 셋업맨을 비롯한 뒷문이 불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LG는 최근 이틀 동안 고작 4점을 뽑으면서도 2연승했습니다. 과정은 다소 불안하지만 승리를 통해 서서히 탄탄한 팀으로 발돋움하는 2012년 5월의 LG입니다.

사실 두산의 입장에서는 패배라는 결과도 불만스럽겠지만 패배의 빌미가 된 1회초 3루수 윤석민의 두 차례의 엉성한 수비는 물론 특히 패배를 확정지은 27번째의 아웃 카운트가 불만스러울 것입니다. 9회말 2사 후 대타 이성열 기용이 적중해 3:2까지 추격해 득점권인 2루에 동점 주자를 둔 상황에서 또 다시 대타 양의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단타 한 방이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며 분위기를 일거에 두산 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2루 대주자 임재철은 유원상과 2루수 서동욱의 픽오프 플레이에 의해 견제사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습니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끝내기 견제사’가 된 셈인데 3회말 1사 후 허경민의 실질적인 견제사까지 두산의 입장에서는 두 개의 견제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동점이 코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대주자로 출전한 주장이 본헤드 플레이로 아웃되었다는 점에서 두산의 입장에서는 팀 분위기를 해치는 찜찜하기 짝이 없는 결말입니다. 임재철은 손가락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데 5월 4일 LG전에서 1회말 김현수가 2루에서 오버런으로 주루사 당하며 손가락 부상을 입고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고 다음 날부터 2경기 연속 LG에 패하며 리버스 루징 리시즈로 어린이날 3연전이 종료된 것까지 감안하면 아쉬움이 상당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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