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불법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KBS 장 아무개 기자는 '녹취록 전달'에 KBS 정치외교부 고참급 기자가 관여돼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5월 17일자 KBS 새 노조 특보 1면
10일 KBS 새 노조 측은 지난해 6월 민주당의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비공개 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당사자인 KBS 장 아무개 기자가 4.11 총선 전 새 노조 핵심 집행부를 만나 "나는 (녹취록을) 건네주지 않았다"며 "그런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나도 억울하다"고 최초로 심경을 고백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장 아무개 기자는 새 노조 소속이지만 3월 6일부터 시작된 '김인규 퇴진촉구'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4.11 총선이 '새누리당 단독 과반'으로 결론난 이후에는 새 노조의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KBS 새 노조는 장 기자와 핵심 집행부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새 노조에 따르면, 장 기자는 '녹취록을 누가 건넸느냐'는 새 노조 핵심 집행부의 질문에 "OOO은 그 때 이 계통에서 빠졌고 그럼 결국...아시잖아요. 형도 아시잖아요"라고 답했다.

새 노조는 "장 기자가 암시한 사람이 KBS 외부 사람일리는 만무하다.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작 3~4명으로 압축된다"며 "모두 정치외교부의 전현직 중견급 이상의 기자들"이라고 밝혔다.

불법도청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해 당시, KBS 정치외교부 고참급 기자들로는 오는 7월 1일부터 워싱턴지국장을 맡게 된 이강덕 당시 정치외교부장, 김성진 여당 반장, 전종철 야당 반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정치외교부장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대외정책부장으로 활동했던 이강덕 부장을 제외한 두 명은 여전히 정치외교부에 남아있다.

당시 여당 반장이었던 김성진 기자는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을 진행하고, 2008년 언론노조에서 탈퇴했던 KBS노조 11대 집행부에서 총무국장을 맡았었다. '야당 반장' 전종철 기자는 2010년 9월 국정감사 당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문방위 회의장에 대거 출동한 KBS 카메라와 기자들을 지목하며 김인규 사장에게 "(김 사장이) 기자들을 사병처럼 부렸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건 군사정권 때나 하던 행태다"라고 말하자, 회의장 바로 옆방에서 "최문순 나오라 그래!" "X만한 새끼"라고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당사자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김인규 사장 옹립세력'으로 평가받는 KBS 내 사조직 '수요회'의 멤버로 전종철 기자를 지목한 바 있기도 하다.

새 노조는 "장 기자가 여전히 자기고백을 회피하고, 장 기자보다 이 사안에 훨씬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계속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대화 내용을 (추가로) 폭로하게 됐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만천하에 KBS의 민낯이 밝혀지기 전에 당사자들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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