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정우의 데뷔 첫 선발 등판은 성공적이었습니다. SK로 이적한 FA 조인성의 보상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임정우는 어제 문학구장에서 열린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5.1이닝 6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승패와는 무관했지만 LG의 승리와 승률 5할 사수에 이바지했습니다.

임정우는 140km/h 초반의 직구와 130km/h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SK 타선과 승부했습니다. 직구 구속은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그에 비해 슬라이더의 구속이 상당히 빨라 SK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도망가지 않고 사사구를 단 하나만 내주며 정면 승부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다소 마른 체구의 임정우가 몸을 불리면 앞으로 구속을 올릴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됩니다.

사실 임정우로서는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LG 타선은 2점밖에 얻어주지 못한 것이나 4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지 못한 1루수 최동수의 실수가 야속할 수도 있습니다. 최동수의 정상적인 수비로 이닝을 종료시켰다면 임정우는 투구수가 줄어 6회말 위기를 맞이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정우는 6회말 1사 후 볼넷으로 동점 위기를 자초했고 역전 주자를 남겨 놓고 강판되었다는 점에서 패전 투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합니다. 야구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팀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LG의 입장에서 보면 임정우는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을 메우는 ‘땜빵 선발’인 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SK의 제1선발 마리오가 등판한 경기를 잡았으니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도식화하면 제5선발로 제1선발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임정우의 선발 등판이 예고되었을 때부터 조기 강판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예상되었지만 임정우는 5회말까지 1실점으로 오히려 5회초까지 2실점한 마리오보다 적은 점수를 허용하며 호투하고 있었습니다.

우완 선발 투수를 애타게 찾는 LG로서는 반색하지 않을 수 없는 임정우의 호투입니다. 올 시즌 LG는 좌완 선발 투수로 에이스 주키치를 제외해도 이승우와 최성훈이라는 준수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완 선발 투수는 취약했습니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다시 전환한 리즈는 아직 1경기에만 선발 등판했으며 김광삼, 정재복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은 구속은 물론이고 구위에 있어 한계를 지니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임정우의 프로 데뷔 동기로 지난 시즌 중간에서 9승을 얻은 임찬규에게는 4번의 선발 기회가 주어졌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우완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임정우의 어제 호투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LG가 신인급의 ‘땜빵 선발’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상대의 허를 찌르며 재미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믿을 만한 선발 투수의 부족으로 로테이션을 채우지 못해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합니다. 5명의 선발 투수가 고정되어 톱니바퀴처럼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차후 임정우에게는 1군 선발 기회가 몇 차례 더 주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선발 로테이션에 연착륙한다면 LG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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