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12일 코칭스태프 교체를 전격 단행했습니다. 10여명의 코치의 보직이 변경되고 새로운 코치가 영입되는 등 대대적인 인사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로써 한화는 2년 연속 시즌 중 코칭스태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시즌 중에는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는 코칭스태프를 시즌 초반인 5월 중순에 교체한 이유는 역시 부진한 성적 때문일 것입니다. 한화는 현재 11승 18패 승률 0.379로 최하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1위부터 7위까지 3.5게임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7위와 2.5게임차로 뒤진 한화만 유독 처져있는 인상입니다.

한화의 코칭스태프 변경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용달 타격 코치의 영입과 한용덕 투수 코치의 수석 코치 승격입니다. 두 코치 임명은 3년 계약의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는 한대화 감독에 뒤이은 차기 감독의 인선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한대화 감독ⓒ연합뉴스

김용달 코치는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한대화 감독보다 4년 선배입니다. 시즌 중에 감독급 코치의 외부 영입은 KIA의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조범현 감독은 SK의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07년 6월 서정환 감독 체제의 KIA에 배터리 코치로 영입되었습니다. 조범현 코치의 영입은 KIA 포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서정환 감독이 요청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시즌 중에 감독급 코치의 외부 영입을 요구하는 감독은 드물다는 점에서 발표 당시부터 의문을 자아냈던 인사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2007 시즌 KIA가 최하위에 그치자 서정환 감독은 사퇴했고 조범현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었습니다. 내부 인사의 감독 승격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인사이지만 이전에 배터리 코치가 언제, 어떻게 영입되었는지 따지고 보면 조범현 코치의 영입 당시부터 감독 승격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용달 코치는 아직 감독 경력은 없으나 타격 코치로 풍부한 경험과 상당한 성과를 지녔으며 2006 시즌 종료 후 LG의 신임 감독으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한용덕 투수코치의 수석 코치 승격 또한 또 다른 감독 교체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1년 7월 말 LG는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위기를 맞이하자 김기태 2군 감독을 1군 수석 코치로 보직 변경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연수를 거쳐 코치로 재직 중이던 김기태 코치는 LG와 연고가 없었지만 2009 시즌 종료 후 LG의 강력한 구애로 영입되었습니다. 김기태 코치의 영입 당시부터 차기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관측이 제기되었는데 시즌 중 1군 수석 코치 임명으로 시나리오는 더욱 가시화되었고 그로부터 석 달도 지나지 않아 김기태 수석 코치는 박종훈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LG의 감독직을 승계했습니다.

김용달 코치의 임명과 한용덕 수석의 코치 승격은 한대화 감독에게 상당한 압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대화 감독과 삼성 시절부터 함께 해 2009 시즌 종료 후 함께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이종두 수석 코치의 잔류군 코치로의 보직 변경은 사실상 좌천이며 한대화 감독의 수족을 잘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한대화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며 한화가 5할 승률에서 -7에 불과해 한 번만 연승을 기록하면 얼마든지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한대화 감독이 3년 임기 종료 이후 재계약에 실패한다 해도 김용달 타격 코치나 한용덕 타격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감독으로 임명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 중에 한대화 감독을 압박하는 코칭스태프 교체가 올 시즌 종료 후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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