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목동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2:1로 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습니다. 선발 이승우의 부진과 타선의 집중력 상실이 패인입니다.

이승우는 5.2이닝 6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호투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승우는 기존에 노출했던 약점을 오늘도 반복하며 화를 자초했습니다. 바로 선두 타자 볼넷입니다.

이승우는 2회말과 6회말 각각 1실점했는데 모두 볼넷이 시초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단 2개의 볼넷만 내줬지만 모두 선두 타자였으며 볼넷으로 출루한 주자는 어김없이 득점했습니다. 볼넷이 전혀 없이 선발 투수가 경기를 끌고 나가기는 어렵지만 이닝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실점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그 투수의 잘못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LG 선발 이승우 ⓒ연합뉴스
어제 경기에서는 1:1로 맞선 3회말 선발 김광삼이 정수성에 내준 볼넷이 화근이 되어 결승점을 내줬는데 오늘도 1:1로 맞선 6회말 이승우가 정수성에게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이 화근이 되어 결승점을 내줬습니다.

볼넷으로 인한 결승점 헌납에 앞서 LG 타선이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3회초 1사 3루 기회에서 정성훈의 삼진과 정의윤의 유격수 땅볼로 득점에 실패하며 동점의 균형을 깨뜨리지 못하자 3회말 김광삼이 볼넷을 시작으로 무너졌는데 오늘은 6회초 2개의 안타가 나왔지만 주루사로 인해 동점의 균형을 깨뜨리지 못하자 6회말 이승우가 선두 타자 볼넷을 시작으로 무너졌습니다.

이승우가 정수성에게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은 투구수 58구부터 61구에 해당해 한계 투구수와는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타선이 기회에서 득점에 실패한 바로 다음 이닝의 볼넷과 실점은 투수의 멘탈이 그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두 투수가 똑같은 방식으로 패전으로 가는 길을 자초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김광삼과 이승우의 한계입니다.

이승우는 볼넷뿐만 아니라 실책으로 위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6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성이 희생 번트로 2루에 진루하자 견제 악송구로 3루 진루를 허용한 것입니다. 이후 이택근의 땅볼 타구에 오지환이 실책을 범하며 정수성이 득점해 결승점이 되었지만 이승우는 오지환의 실책을 탓하기보다 그에 앞서 볼넷과 견제 악송구로 야수들을 뒤흔든 자신의 잘못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LG의 타선 또한 짜임새가 없었습니다. 4회초 이진영의 솔로 홈런을 제외해도 무려 4번의 선두 타자 출루가 이루어졌지만 단 한 번도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6회초 이진영은 좌중간 안타를 기록했지만 2루로 향하다 횡사했습니다. 선두 타자로 나와 무사였으며 중심 타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2루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아웃되어 흐름을 끊었습니다.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과감한 베이스 러닝은 무사보다는 2사 후에나 어울리는 것이며 1점이 중요한 후반에는 주자를 아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진영의 횡사로 인해 2사 후 나온 이병규의 2루타는 무의미해졌습니다.

8회초에는 선두 타자 박용택이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이대형은 진루타도 치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이대형은 1-0의 볼카운트에서 2구 스트라이크에 번트를 시도하는 듯하다 흘려보낸 뒤 3구 헛스윙, 4구 파울, 5구 헛스윙으로 삼진으로 돌아서 박용택을 진루시키지 못했습니다. 특히 헛스윙한 3구와 5구는 떨어지는 변화구로 유인구 볼이었으며 4구 파울은 몸쪽 높은 직구 볼이었습니다. 즉 이대형의 부족한 선구안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대형에게 타격 자세 수정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모든 타자들의 근본인 선구안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대형은 앞선 세 번의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아웃 처리된 것이 아쉽겠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승부처에서 진루타도 기록하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는 사실입니다. 모처럼 이대형은 선발 출장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9회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선두 타자 이병규의 안타로 동점 주자가 출루했지만 대타 김일경은 2구와 3구에 연속 번트에 실패한 이후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장타력을 갖춘 최동수 대신 김일경을 대타로 기용한 것은 안정적으로 희생 번트 작전을 수행하라는 의미였지만 김일경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LG는 결국 주저앉았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선수 기용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이대형을 선발 출장시키면서 2번 타순에 배치해 맹타를 휘두르는 1번 박용택과 3번 이진영 사이에 흐름을 차단하도록 했습니다. 박용택은 1안타 2볼넷으로 3번 출루했고 이진영은 홈런 포함 2안타로 분전했지만 두 선수 사이에 이대형이 끼어들어 공격의 흐름이 번번이 끊어졌습니다. 차라리 이대형을 하위 타순으로 내리든가, 아니면 1번 타순에 배치한 뒤 2번과 3번 타순에 박용택과 이진영을 모아두는 것만 못했습니다. 4번 타자 정성훈의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박용택과 이진영까지 분산되면서 LG 타선의 짜임새는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2;1로 뒤진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원상을 올린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유원상은 LG가 치른 25경기 중에서 60%에 해당하는 무려 15경기에 출장했습니다. 오늘 과 같이 뒤지는 경기에서는 LG가 동점이나 역전을 만들지 않는 한 유원상은 휴식을 취했어야 합니다. 1점 뒤진 상황에서 넥센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가장 확실한 투수를 투입해 역전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선수단에게 암시하기 위한 김기태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뒤지고 있는 경기에 프라이머리 셋업맨을 투입하면 결정적으로 필요한 경기에 구위가 떨어져 상대 타자에게 얻어맞거나 피로 누적이나 부상으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니 김기태 감독은 마라톤과 같은 페넌트레이스를 넓은 시야로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LG는 오늘도 패하며 리버스 루징 시리즈로 넥센전에 1승 4패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LG가 중위권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넥센전에 승패 마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시즌 초반부터 발목이 잡혀 우려스럽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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