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넥센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11:6으로 패했습니다. 모든 투수들이 난조를 보였으며 득점권 기회마다 4번 타자 정성훈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선발 김광삼은 5.1이닝 8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4회말까지 세 번에 걸쳐 넥센의 테이블 세터진의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출루시키며 실점한 것이 패인입니다. 포수 심광호의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 빠른 넥센의 테이블 세터진을 가급적 출루시키지 말아야 했지만 1회말, 3회말, 4회말까지 테이블 세터의 타순이 돌아올 때마다 출루를 시켰고 실점했습니다.

김광삼은 경험이 풍부해 LG 투수조 조장을 맡고 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경기 흐름을 읽지 못했습니다. 1회초 뽑은 선취점을 지키지 못한 채 1회말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1회초 대량 득점 기회에서 1득점에 그친 것이 선발 투수의 입장에서는 아쉽기는 하지만 가급적 득점에 성공한 다음 이닝에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김광삼은 돌아서자마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 LG 선발투수 김광삼 ⓒ연합뉴스
3회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1:1로 맞선 3회초 LG 타선이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자 3회말 선두 타자 정수성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한 것입니다. LG가 기회를 날려 넥센의 반격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선두 타자로 나온 1번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결국 김광삼은 이후 3연속 피안타로 3실점하며 넥센에 리드를 내줬고 LG는 이후 리드를 극복하지 못해 패했습니다.

5일에 한 번 꼴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상대 타자를 연구할 수 있는 선발 투수라면 경기 전체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지만 김광삼은 그런 점에서도 아쉬웠습니다. 결승점이 된 3회말 3실점에 앞서 2회말을 복기해 보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경철에게 안타를 허용했기에 9번 타자 서건창까지 타석이 돌아갔고 2회말을 무실점으로 종료시켰지만 3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정수성부터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만일 김광삼이 2회말 최경철을 끝으로 이닝을 종료시켰다면 3회말에는 9번 타자 서건창부터 시작해 1사를 잡은 뒤에 정수성과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승부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회말 최경철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이 3회말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고참 투수다운 경기 전체를 설계하는 김광삼의 안목이 아쉽습니다.

두 번째 투수 이동현의 실점 과정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6회말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이동현은 넥센의 중심 타자 박병호와 강정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지만 7회초 LG 타선이 2점을 만회하며 5:3까지 추격하자 7회말 곧바로 2실점했습니다. 그것도 선두 타자 오재일에 내준 볼넷이 화근이었다는 점에서 김광삼의 3회말 실점 과정과 동일했습니다.

LG 타선이 다시 분전해 8회초 3득점하며 7:6 1점차까지 추격했지만 세 번째 투수 한희는 선두 타자 이택근에게 안타를 내준 뒤 1사 1, 2루에서 오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팀을 주저앉혔습니다. 한희가 내준 안타와 홈런은 모두 한복판 높은 직구로 타자들이 가장 치기 쉬운 공이었습니다. 1점차 뒤진 상황에서 한희를 올린 것은 8회말을 무실점으로 묶고 9회초 동점 내지 역전을 바라보겠다는 의도였지만 한희는 김기태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LG는 오늘 등판한 모든 투수들이 장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는데 특히 이동현과 한희의 부진은 뼈아픕니다. 왜냐하면 불펜의 우완 정통파 투수 중에서는 유원상 외에는 믿을 투수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유원상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혹사 가능성 또한 높아집니다.

LG 배터리의 공 배합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3회말 2:1로 뒤진 무사 1, 3루에서 박병호에게 4구에 2타점 좌측 2루타를 허용했는데 김광삼 - 심광호 배터리가 몸쪽 공을 연이어 고집하는 고지식한 공 배합이 화근이었습니다. 상대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한다지만 동일한 로케이션을 3구, 4구 반복하는 것은 간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한희가 오윤에게 허용한 좌월 3점 홈런은 포수 김태군이 2구 높은 직구를 원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볼 카운트 0-1에서 오윤과 같이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장타력을 지닌 타자에게 한복판 높은 공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고 최악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마도 오윤이 방망이를 내지 않으면 1-1이 될 것이며 헛스윙하면 0-2의 유리한 카운트에 올라선다는 판단 하에 유인구라며 사인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가 쫓기는 카운트가 아닌 상황에서 장타력을 지닌 타자와 높은 공을 유인구로 승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공 배합입니다.

▲ LG 정성훈 ⓒ연합뉴스
LG는 초반 넥센 선발 밴 헤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집중력 부재로 날렸습니다. 1회초 무사 만루의 절호의 기회에서는 정성훈이 삼진, 정의윤이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 고작 폭투로 1득점에 그쳤습니다. 2회초에는 선두 타자 심광호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오지환이 2구 연속 희생 번트에 실패한 끝에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켰고 3회초에는 이진영의 발로 만든 2루타와 최동수의 절묘한 희생 번트로 1사 3루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정성훈이 재차 삼진으로 물러나 1:1의 균형을 깨뜨리며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정성훈은 5회초 2사 1, 3루의 기회에서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으며 7회초 2사 2루에서는 7구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그에 앞서 4구와 6구 오재영의 실투에 파울에 그쳤습니다. 정성훈은 자신에게 돌아온 4번의 득점권 기회에서 큰 스윙으로 일관하며 단 1개의 타점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박용택, 이진영, 최동수의 상위 타선이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정성훈이 쓸어 담지 못하는 바람에 LG는 패했습니다.

4번 타자 정성훈에게 팀이 원하는 것은 홈런왕이 아닙니다. 시즌 초반 많은 홈런을 몰아쳤지만 정성훈은 홈런왕을 노려서는 안 됩니다. 단지 좌타자 위주의 타선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득점권 기회에서 특유의 콘택트 능력으로 타점을 쌓아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정성훈은 홈런왕을 노리는 듯한 큰 스윙으로 팀을 패배로 몰아넣었습니다. 9회초에는 손승락의 2구 변화구를 가볍게 받아쳐 안타를 기록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성훈에게 원하는 스윙입니다. 박용택과 이진영의 타격감이 좋은 만큼 정성훈이 제 모습을 찾는다면 LG는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오늘 경기에 앞서 LG가 3연승, 넥센이 4연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양 팀의 연승과 연패가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도 LG가 열세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LG는 연승이 중단되었는데 문제는 내일 경기입니다. LG 선발 이승우가 올 시즌 첫 선발승을 신고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LG는 3연속 위닝 시리즈를 위해 유원상과 봉중근을 모두 대기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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