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로 출범 31년째를 맞은 프로야구는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족 단위로 즐기는 건전한 가족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민적 인기에 힘입어 프로야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같이 펼쳐지는 4개 구장의 전경기가 케이블 TV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를 유일하게 TV 생중계하던 공중파 채널에서 ‘정규 방송 관계...’ 운운하며 중계를 중단하던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야구팬으로서는 행복한 시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1군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는 제9구단 NC가 소속된 퓨처스, 즉 2군 경기까지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타 종목이 소외된다는 볼멘소리마저 제기될 지경입니다.

하지만 4개 케이블 TV 방송사의 프로야구 생중계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영상의 측면에서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 적지 않습니다. 관중석의 생생한 반응을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아슬아슬한 옷차림의 치어리더나 미모의 여성 관중에 천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중해 동일 인물을 반복 제시하곤 합니다. 야구라는 ‘본질’보다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곁다리’인 눈요깃거리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타자가 친 타구가 2루측으로 향하는 순간 카메라는 좌익수 쪽을 잡는 어처구니없는 카메라 워킹에도 불구하고 미모의 여성 관중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는 본말전도가 드러나곤 합니다.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경기 도중 수시로 화면을 장악하는 간접 광고가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공수교대 시 광고가 지나치게 길어 새로운 이닝의 타자가 등장해 초구나 2구에 타격이 마무리된 순간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간접 광고로도 모자라 경기 장면마저 광고가 좀먹는 것은 참기 어렵습니다.

중계를 맡은 캐스터와 해설자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캐스터의 경우 경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타자 주자를 포함해 주자가 2명 이상 출루했을 경우 선행 주자뿐만 아니라 후속 주자의 움직임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는 일이 잦습니다. 쉽게 말해 2루 주자가 홈에 쇄도해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1루 주자가 2루까지만 갔는지 아니면 3루까지 진출했는지 여부도 못지않게 중요한데 캐스터의 설명에만 의존하는 시청자들에게 본연의 책무를 게을리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전광판만 봐도 알 수 있는 대타 및 대주자, 대수비 등의 교체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일도 허다합니다. 특히 대타나 대주자 기용 이후 공수교대 시에 발생하는 수비 위치 이동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일이 많습니다. 대타 기용을 파악하지 못한 캐스터가 A선수 대신 뻔히 B선수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여전히 A선수의 이름을 부르는 등 상황 변화에 무신경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자를 두고 투수가 공을 던졌을 때 포수가 잡지 못했을 경우 폭투인지 패스트볼인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캐스터도 많으며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책인지 안타인지 여부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 특히 실책이 발생했을 경우 어떤 선수의 실책이라고 명확히 고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흔합니다. 아마도 선수를 감싸려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실책으로 기록되었다면 실책인 것입니다. 직접 기록을 하며 TV 생중계를 시청하는 팬들도 적지 않으니 선수 교체나 실책과 같은 기본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고지가 필요합니다.

캐스터와 짝을 이루는 해설가들 중에도 자질 부족이라고 할 만한 이가 적지 않습니다. 프로야구 역사가 길어지며 오랜 기간 야구를 접해 상당한 수준의 안목에 도달한 팬들도 많지만 일부 해설가들의 해설은 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투수의 투구 동작이나 타자의 타격 자세 등에 대해 일반 팬들이 알기 어려워 궁금해 하는 기술적 접근을 시청자들은 요구하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해설가는 드뭅니다.

소위 ‘주례사’ 해설에 의존하는 해설가들도 문제입니다. 부진한 선수에 대해서는 부진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며 왜 부진한지 이유를 기술적 차원에서 진단해야 하지만 ‘원래 좋은 선수이니 금방 잘하게 될 것’과 같이 하나마나한 칭찬만 반복하는 해설가들의 해설은 없는 편이 낫습니다.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 해설가는 무의미합니다. 아마도 해설가들에게는 감독 및 선수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시청자들에 대한 의무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뻔히 눈앞에 펼쳐져 시청자도 다 알고 있는 상황 설명만을 반복하며 캐스터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캐스터의 말에 맞장구치기에만 바쁜 해설가도 있습니다. 사투리 억양이나 무수히 반복되는 ‘보여지다’와 같은 비표준어의 사용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일부 방송사의 자막 또한 눈에 거슬립니다. 4개 방송사가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1분 1초라도 더 시청자의 눈을 붙잡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공수교대 시나 경기 도중 자막에 인터넷의 일부 사이트에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낯 뜨거운 유행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혹은 경기 중에 뒤지고 있는 팀의 팬들을 비아냥거리고 비웃는 자극하는 자막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방송사도 있습니다. 자막 사용에 대해 불쾌해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것은 재치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언론사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야구의 국민적 인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4개 케이블 TV 방송사의 프로야구 생중계는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에 부응하는 격조 높으며 동시에 수준 높은 프로야구 생중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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