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일제 강점기 때 반민족 행위를 한 조선일보를 처벌하기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선일보가 친일 행위로 재산을 축적한 만큼 관련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김의겸·최강욱 의원과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언론소비자주권행동·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시민단체는 15일 <언론사의 친일 반역범죄, 공소시효가 없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친일 경력이 있는 조선일보를 법적 처벌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세미나의 골자다.

▲ 한국연구원이 보관하고 있는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면 원본.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발제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한국입법학회 회장)는 조선일보가 친일 행위를 통해 재산을 형성한 만큼 '친일재산귀속법' 적용을 통해 관련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르면 귀속 대상 재산은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 이를 상속받은 재산, 친일 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받은 재산’이다.

정철승 변호사는 “방응모(조선일보 제9대 사주)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 후손에게 상속·유증·증여했던 조선일보 주식은 친일 재산으로 국가 소유로 귀속될 수 있다”며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 방응모가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일제 강점기 내내 친일 부역 행위를 통해 존속하고 성장하였으므로 대가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정철승 변호사는 신문법을 개정해 조선일보의 신문사업자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신문법상 등록취소 사유에 ‘침략국에 협력하고 침략국 수괴나 그의 지시를 받는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및 이에 동조한 경우’라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김의겸 의원이 신문법 개정 관련 질의를 했다면서 “신문법에 조항을 추가하면 조선일보 등록취소 심판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철승 변호사는 “하루아침에 조선일보를 폐간하면 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조선일보에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조선일보가)이를 받아들인다면 용서해줄 수 있다”고 했다. 정 변호사의 요구사항은 ▲조선일보 지분 국가에 헌납 ▲조선일보의 반민주 ·반민족적 행각 공개 ▲과거 잘못 인정 및 뉘우침 ▲향후 각오를 조선일보 정관·사훈·내부 지침에 명시 등이다.

15일 개최된 <언론사의 친일 반역범죄, 공소시효가 없다>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조선일보의 친일 행위는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1940년 1면 제호 상단에 11차례 일장기를 실었다. 조선일보 1면에 일장기가 실린 날은 첫 일왕 즉위일인 기원절, 일제 육군기념일, 일왕 제삿날인 춘계 황령제, 히로히토 일왕 생일, 야스쿠니신사 합사 기념일 등이다.

종로경찰서가 1938년 작성한 ‘조선일보사의 비 국민적 행위에 관한 건’ 문건에 따르면 서춘 당시 주필은 신년호부터 컬러 일장기를 지면에 내겠다고 했지만 기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서춘 주필은 친일반민족행위자다. 또한 서춘 주필은 중·일전쟁 관련 기사에서 일본군·중국군이라는 용어를 아군·황군으로 고치고 일본 입장에서 논설을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 김형원 편집국장은 이에 반대했으나 방응모 사장은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동아일보가 몇십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서춘 주필을 지지했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일왕을 찬양하는 기사·사설을 다수 작성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방응모 전 사장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이후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률로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는 조선일보가 1940년 폐간했던 만큼 재산의 연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일제 강점기의 조선일보 재산에 대한 국고 귀속은 현행 법률하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옥주 교수는 “실현 가능한 대안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사안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 국민적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신 교수는 독일이 나치 전범 처벌을 위해 1979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것처럼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입법을 위해선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문제를 널리 알리자고 하는 건 순수한 방법이다. 조선일보 처벌에 대한 당위성을 넘어 구체적인 처벌 집행을 위해서는 법 개선, 시민 협력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의겸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번 세미나가 조선일보 처벌 입법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었으면 좋겠다”며 “언론이 공기의 역할을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민정 의원은 “언론은 ‘권력을 우리가 세운다’고 할 정도로 권력이 됐다”며 “조선·동아 등 언론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내려왔는데, 늦었지만 최대한 빨리 언론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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