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5월 첫째 주를 마무리한 현재 22경기에서 12승 10패 승률 0.545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개막을 앞두고 꼴찌는 따 놓은 당상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LG가 5할 승률 아래로는 한 번도 처진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5월 4일 잠실 두산전에서 6:3으로 패하며 10승 10패를 기록하는 등 승률 0.500에 턱걸이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한 번도 승보다 패가 많아 승률 4할대로 추락한 적은 없습니다.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많이 남아 있지만 LG가 생각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LG의 ‘5할 본능’의 첫 번째 원동력은 불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LG는 불펜이 고질적인 약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종반 역전패가 속출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는 아직 없지만 확실한 셋업맨 유원상을 중심으로 불펜이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원상은 13경기에 구원 등판해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 중입니다. 19이닝 동안 볼넷을 단 4개만 허용해 제구력이 약점으로 지적받던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떨치며 대활약하고 있습니다.

▲ LG 유원상 ⓒ연합뉴스
연투가 불가능한 봉중근이지만 1주일에 2경기 정도는 1이닝 마무리가 가능한 것도 불펜에 힘이 되고 있습니다. 봉중근이 연투가 가능해지는 6월부터는 보다 든든한 뒷문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갈비뼈 부상으로 재활 중인 좌완 스페셜리스트 류택현과 2군에 정비를 위해 내려간 우규민이 다시 1군에 합류한다면 LG의 불펜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 원동력은 도루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LG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는 이대형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대형마저 부상으로 1군에서 사라지면서 발이 느린 LG는 상대 배터리가 가장 상대하기 쉬운 팀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취임 이후 팀 컬러가 전면적으로 바뀌면서 LG는 38개로 팀 도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도’ 이대형이 9개의 도루로 공동 1위에 올라 있으며 박용택이 6개, 양영동과 작은 이병규가 5개를 각각 기록 중입니다.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해 실패하는 횟수가 드물고 성공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상대 배터리를 뒤흔들어 LG의 약점인 포수의 취약한 도루 저지 능력을 오히려 상쇄시킨다는 점에서 LG의 ‘뛰는 야구’는 주목할 만합니다.

▲ 4월 15일 KIA-LG 경기, 3회말 1사에서 LG 이대형이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째 원동력은 탄탄한 수비입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조인성의 이적과 박경수의 입대로 포수와 2루수 주전을 잃어 센터 라인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오지환을 중심으로 센터 라인이 정립되면서 지난 몇 년 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전지훈련에서 지옥과 같은 펑고를 통해 오지환과 서동욱을 비롯한 내야수들을 탈바꿈시킨 유지현 수비 코치의 공이 돋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더블 플레이를 연결시키는 내야수들의 연계 플레이나 외야에서 내야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는 중계 플레이도 한결 정확해졌습니다.

유지현 코치가 지시하는 수비 시프트 또한 상당한 적중률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상대 타자의 잘 맞은 안타성 타구가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던 LG의 수비수에 잡혀 아웃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에 의존하기보다 연습을 통해 가장 많이 향상되는 것이 수비 능력이며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수비는 기본인데 LG는 수비가 확실히 향상되어 시즌 초반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타격은 믿을 수 없지만 불펜과 도루, 그리고 수비는 기복이 없이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즉 ‘계산이 서는 야구’가 가능해졌습니다. 과연 LG가 자신들의 장점을 바탕으로 선발진과 타격까지 보완해 상위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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