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OTT 계정을 하루 단위로 대여해주는 업체가 등장해 국내 OTT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OTT 계정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약관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는 단순히 계정을 대여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법률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페이센스는 지난달부터 주요 OTT '일일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OTT 계정은 다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데, 페이센스가 이 점을 파고든 것이다. 넷플릭스 1일권은 600원, 웨이브·티빙·왓챠·라프텔 1일권은 500원, 디즈니 플러스 1일권은 400원이다.

이에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 업체는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이들은 내용증명에서 “페이센스가 동의 없이 약관을 위반해 이에 대한 민·형사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웨이브·티빙·왓챠 이용약관에 따르면 이용자는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계정을 영리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페이센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 홍보대행사는 미디어스에 “복수의 프로필은 한 집에서 여러 명의 가족이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 방식”이라며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약관을 통해 분명히 안내하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타인과 계정 공유로 인해 추후 서비스 이용 차질 및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홍보대행사는 “페이센스를 인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페이센스는 홈페이지에서 “OTT 서비스의 계정을 구독하여 고객님들께 24시간 동안 대여해드리고 있다”며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페이센스는 법으로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페이센스 관계자는 “오픈한 지 2주도 안 된 서비스이고 인력도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일 뿐”이라며 “13일 오전 SBS <모닝와이드>에서 변호사님 두 분이 내용증명의 법적 위반사항에 대해 ‘아니다’라는 결론을 명확하게 내줬다”고 설명했다.

정은주 변호사는 13일 <모닝와이드>와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OTT 업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관을 보면 이용권을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약관위반에 해당한다. OTT 업체들 자체적으로 약관위반을 이유로 계정 정지 등의 이용 제재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해 “적법하게 구매한 제품을 재판매하는 경우 (저작권법) 침해가 아닌 것으로 봐주는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한경 변호사 같은 방송에서 “(OTT 계정을) 1일 구독권으로 쪼개서 잠깐 대여하는 것까지 금지되는가, 기존에 금지되는 약관 금지범위에 들어가느냐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고 변호사는 “(OTT가 이용 제재를 하면) 1일 이용권 업체에서 왜 부당하게 계정을 이용 중단했냐고 소송이 전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OTT 계정 공유 서비스 링키드 화면 갈무리

독점 콘텐츠 증가로 OTT 이용부담 증가…“장기적으로 통합 플랫폼 고려해야”

시민들은 SBS <모닝와이드>와 인터뷰에서 페이센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따라 나뉘면서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데, 페이센스를 통해 필요한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OTT의 콘텐츠 구성은 사업자별로 다르다. 이용자가 지상파 프로그램과 tvN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선 웨이브·티빙을 각각 구독해야 한다. 또한 독점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이용자는 복수의 OTT를 가입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는 평균 2.69개의 OTT를 구독 중이다. 이용자가 1년 동안 지불하는 OTT 구독 요금은 평균 15만 8천 원이다.

이용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OTT 계정 공유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OTT를 혼자 구독하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 함께 이용료를 나눠 내는 구조다. 피클플러스, 그레이태그, 링키드 등 업체는 OTT 구독을 원하는 이용자를 매칭해준 후 수수료를 받는다. 피클플러스 이용자는 2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진흥원 조사결과 OTT 이용자 51.6%는 가족 외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OTT포럼 회장)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페이센스와 같은) 변종 서비스는 당연히 문제”라면서 “다만 이용자 부담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직 국내 OTT 플랫폼이 해외 사업자와 경쟁하다 보니 경황이 없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통합 플랫폼 등 대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콘텐츠 비용뿐 아니라 통신요금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문철수 교수는 OTT와 관련된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OTT에 대한 정확한 규제 법령이 없는 상태”라면서 “법적으로 대응이 안 되는 상황이다. (페이센스와) 유사한 또 다른 서비스가 많이 나올지 모르는데 이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을 개정하거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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