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2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일요일 밤이 행복해졌다.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보다 잘 할 수 있으니 현장을 맡는다고 했는데, 그 자신감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다시 무대에 불이 켜지고 가수들이 애써 준비한 노래를 들으니 자신도 모르게 뭉클해져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가수2가 행복의 시그널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쌀집아저씨는 개념도 잊지는 않았다. 파업 중인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지 박명수의 정엽과의 인터뷰는 파업이슈를 전달하는 노조벽보 앞에서 진행했다. 그 한 컷만으로 파업 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김영희 PD의 미안함을 표현하는 용기와 센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파업을 생각하면 나가수2는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또한 김영희 PD가 파업에 저해되는 일을 할 사람도 아니다. 나가수는 많은 가수들을 섭외해야 가능한 프로그램이고, 김건모처럼 녹화 며칠 전에야 비로소 출연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오래 전에 약속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깊은 속내는 언젠가 직접 김PD가 밝히겠지만 파업 중 재개된 나가수2에 대해서 너그럽게 대해도 좋을 것이다.

나가수2는 너무 달라지고 또 새롭게 도입한 부분이 많아서 시즌2라기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전야제 형식으로 치러진 처음이자 마지막 녹화방송에서는 총 12명의 가수가 나왔다.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최고의 가수는 다양하게 갈리겠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최고의 노래를 최고의 가수들이 부르는 나가수 처음의 감동과 행복감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가수2 첫 녹화방송은 경연에 포함되지 않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관록의 가수들조차 긴장하고 신인처럼 떠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가수들이 경외심을 안고 오르는 무대는 신전 같은 종교적 엄숙감도 느껴졌다. 그러나 신들도 전쟁을 하듯이 12명의 가수들은 다음 주부터 A, B 두 조로 나뉘어 생방송으로 경연을 벌이게 된다.

나가수2는 경연의 평가 방식이 대폭 바뀌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생방송인 만큼 현장평가단만이 아니라 시청자 모두가 재택평가단이 되어 응원하는 가수에게 표를 던질 수 있게 된 점이다. 다만 현장 평가단과 문자투표의 비율을 어떻게 배정할지는 아직 정확치는 않으나 문자투표를 도입한 이상 현장 평가단의 평가보다는 훨씬 높게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사실 라이브의 특성상 현장에서는 고음역의 노래에 마음을 뺐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장음에서 대폭 걸러진 사운드를 듣게 되는 시청자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래도 절대 가창력은 현장이 아니라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가창력 좋은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존재한다.

물론 이 방식도 완성된 형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번 시행해보다가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김영희 PD는 기꺼이 시청자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나가수2가 소통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2011년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던 나가수 시즌1이 몰락한 이유에 대해서 김영희 PD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가수2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엠씨였다. 백스테이지는 박명수와 다른 한 명을 더 추가하면 된다지만 음악무대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할 만한 중량감 있는 엠씨 찾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섭외의 달인 김영희 PD의 능력에 다시 기대볼 수밖에는 없다.

어쨌든 일 년 만에 다시 본 김영희 표 나가수는 확실히 처음 나가수의 흥분과 감동을 그대로 재연했다. 게다가 12명을 추첨한 결과 죽음의 조와 다소 평탄해 보이는 조로 구분이 되는 등 예능적 요소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다. 생방송을 차질 없이 해나갈지가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음향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나가수2 성공의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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