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5:0으로 완패했습니다. 선발 임찬규는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LG 타선이 1안타에 그치며 롯데 선발 유먼에 완봉패했습니다.

6.1이닝 10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한 임찬규는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습니다. 많은 안타를 허용했고 아쉽게 패전 투수가 되었지만 선발 투수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득점 지원을 전혀 하지 못한 LG 타선의 깊은 침묵이 야속했습니다.

▲ 임찬규 ⓒ연합뉴스
실점 상황을 복기하면 임찬규의 투구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회말 선두 타자 김주찬에게 볼넷을 허용했는데 김주찬의 도루 능력이 뛰어나고 유강남의 도루 저지 능력이 떨어지기에 볼넷 출루는 2루타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주찬의 볼넷 출루는 선취점이자 결승점과 직결되었습니다.

5회말 추가 실점 상황에서는 실투가 화근이었습니다. 선두 타자 황재균에 허용한 안타는 2B 2S에서 한복판 실투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주중까지 타격감이 좋지 않던 황재균은 4월 27일 금요일 경기에서 선발 김광삼이 타격감을 살려준 이후 LG와의 3연전 내내 불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계속된 무사 1루에서 신본기가 초구 희생 번트에 실패해 파울이 나왔을 때 임찬규 - 유강남 배터리는 강공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간파하고 2구는 피치 아웃을 하는 요령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구에도 희생 번트 작전이 유지될 것이라 판단하고 직구 승부를 한 것이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되며 무사 1, 3루의 위기로 연결되었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만 20세 동갑내기 배터리의 한계입니다. 이어 김주찬에게 2:0으로 벌어지는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초구에 높게 형성된 밋밋한 변화구가 화가 되었습니다. 임찬규는 전반적으로 호투했지만 고비마다 실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김주찬과 6회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된 이승화를 상대로 임찬규가 롯데 1번 타자와의 네 번의 승부에서 단 한 번도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하고 2안타 2볼넷 2득점을 허용한 것이 패인입니다. LG 포수들의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번 타자를 손쉽게 출루시켜서는 안 됩니다. 3실점 중 2사 후에 2실점했다는 것 역시 경기 운영 능력의 측면에서 아쉬웠습니다.

LG의 근본적인 패인은 임찬규를 비롯한 투수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야수진에 있습니다. 유먼을 상대로 LG 타선은 시즌 첫 완봉패를 당하며 단 1안타에 머물렀습니다. 2군에서 올라온 정의윤의 5회초 안타가 아니었다면 LG는 자칫 MBC 청룡 시절부터 단 한 번도 당한 적이 없는 노히트 노런을 당할 뻔 했습니다. 바깥쪽 제구로 승부하는 유먼과의 2경기를 모두 내준 LG 타선은 앞으로도 유먼을 상대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수들의 수비 또한 허술했습니다. 1회초 1사 2루에서 전준우의 타구가 우중간에 떴을 때 중견수 박용택이 포구하자 2루 주자 김주찬이 3루에 안착했는데 박용택이 아니라 우익수 이병규가 잡았어야 합니다. 중견수 박용택이 잡을 경우 우익수 쪽으로 향하다 몸을 돌려 역방향인 3루로 송구해야 하는 것이기에 우익수 이병규가 중견수 쪽으로 향하다 순방향인 3루로 송구하는 것보다 불리하며 박용택이 이병규보다 어깨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김주찬이 3루에 가지 않았어도 2사 후 홍성흔의 안타에 홈을 파고들었겠지만 상대 주자를 쉽게 한 베이스 더 보내지 않는 짜임새 있는 수비가 필요합니다.

오지환의 수비는 오늘도 결정적인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5회말 무사 1, 3루에서 1루 주자 김주찬이 도루자로 아웃되어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조성환의 땅볼 타구에 오지환은 3루 주자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않고 타자 주자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3루 주자 신본기가 3루에서 떨어져 있어서 오지환이 3루에 송구했다면 런다운 플레이로 신본기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지환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고 조성환의 발이 빠르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비였습니다. 2사 1루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 2사 3루가 되면서 결국 전준우의 기습 번트 안타로 3:0으로 벌어졌습니다. 오지환이 3루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허용하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습니다. 어제 경기 1회말 1사 2, 3루에서 홍성흔의 땅볼 타구에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를 잡지 않고 타자 주자를 선택해 선취점을 쉽게 내준 것과 동일한 잘못을 이틀 연속 오지환이 범한 것입니다.

8회말 선두 타자 박종윤의 땅볼 타구를 포구해 바로 송구하지 않고 한 박자 늦췄다가 내야 안타로 만들어준 오지환의 허술한 수비는 강민호의 2점 홈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오지환은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실점에 일조했습니다.

LG는 4월 마지막 주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했습니다. 승패 마진은 +3에서 0까지 떨어졌습니다. 1승 1무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주중 넥센과의 2연전을 모두 패한 것이 부담이 되었으며 롯데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제1선발 송승준을 무너뜨렸지만 타선이 대량 득점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8승 8패 승률 0.500이라는 기록은 시즌 개막 이전의 예상보다는 훌륭한 것이지만 4월 마지막 주의 부진은 아직 LG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