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득점 순서를 조작해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골때녀>는 지난해 12월 22일 방송에서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가 접전으로 진행된 것처럼 득점 순서를 바꿔 편집조작 논란이 제기됐다. FC구척장신이 전반전부터 5대0으로 앞서가는 경기를 펼쳤지만 3대2, 4대2, 4대3 등의 순서로 박빙의 승부가 진행된 것처럼 방영됐다.

SBS는 입장문을 통해 조작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책임 프로듀서와 PD를 교체했다. 이후 SBS의 자체조사를 통해 해당 방송분 외에도 득점 순서를 편집한 방송(지난해 8월 25일, 9월 1일, 11월 10일 방송분)이 추가로 확인됐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포스터 (사진=SBS)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3일 회의를 열고 <골때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 심의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가 적용됐다. 해당 조항은 방송사는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우석 위원은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는 재미의 종류가 다르다"며 "스포츠를 볼 거면 굳이 <골때녀>를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방송사가 담당PD를 교체하는 과한 조치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민원인의 취지를 생각해 행정지도 의견”이라고 밝혔다.

정민영 위원은 “실제 경기 상황하고 방송된 장면의 순서가 맞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방송사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이광복 소위원장은 “축구 경기는 흐름이 중요한데, 제작진이 마음대로 흐름을 조작한 것”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투표수 조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소위원장은 “조작된 방송 내용을 보고 시청자로서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제작진뿐 아니라 후시 녹음을 한 캐스터와 해설자들도 공범이라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옥 위원은 “해당 방송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라며 “리얼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호응하고 인기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시청자들이 해당 방송을 보고 실제로 받아들였냐 아니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이 경우 조작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조작방송으로 사장이 사퇴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우석 위원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당사자들이 운명이 바뀌지만 <골때녀> 방송으로 인한 피해자를 특정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성옥 위원은 “전 국민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황성욱·김우석·정민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이광복 소위원장·윤성옥 위원은 ‘의견진술’ 의견을 내 다수 의견인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이날 진행자가 ‘일본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델타 변이를 검출하지 못한다’고 논평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는 지난해 11월 26일 방송에서 당시 일본의 코로나 방역 상황에 대해 논평했다. 김 씨는 가설이라고 전제하며 “일본은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율이 낮은 이유는 일본의 진단키트로는 델타변이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가설이 있다"며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제재 의견을 제시한 김우석 위원은 “이번 사안의 경우 민감한 코로나19와 한일문제를 건드렸다”며 “반일 감정은 휘발성이 굉장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은 “한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대북 안보 상황, 경제적 대응 등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간극을 넓히는 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낸 정민영 위원은 “진행자가 빈약한 근거의 가설과 추정을 통해 인과관계를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나 방송 당일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된 일본의 상황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제작진도 사전 취재를 통해 현실성 있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는 의도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광복 소위원장·윤성옥·정민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황성욱·김우석 위원은 법정제재 의견을 내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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