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예정이다. KBS 예능국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1박2일 촬영을 PD도 없이 대체인력으로 강행할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새로 구성한 제작진과 출연자라고 할지라도 아르바이트 PD로 국민예능을 촬영케 한다는 발상에 놀라울 따름이다. 작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1박2일은 PD가 반쯤은 출연자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PD도 없이 촬영을 강행한다고 할 때 출연진들의 어색하고 난감한 처지는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이고도 독단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파업의 여파를 숨기고자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KBS가 파업 상황을 숨기고 싶다고 한들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2주짜리 방송분량을 3주로 늘려 이미 호된 질타를 받은 상황이다. 그나마 그때는 PD의 현장지휘라도 있었음에도 편집만의 문제로 사단이 됐다.

그렇다면 PD없는 촬영과 이후 편집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리수도 이런 무리수가 없다. 차라리 결방이 낫지 함량미달의 방송을 강행하는 것은 스스로 1박2일을 죽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지난 강진 편이 시청자들로부터 호된 평가를 받은 이유는 단지 분량 늘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불필요한 효과음 남발과 자막의 부적절함도 큰 문제였다. 편집이라는 것이 단지 필름만 자르는 일이 아닌 탓이다. 이렇게 아무나 데려다 만들 수 있다면 방송사가 많은 비용을 들여 PD들을 육성하고 훈련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지금 상황은 잇몸을 믿을 때가 아니다. 본래 제작진이 다 촬영하고도 편집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PD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자는 식은 결과물은 상관없이 분량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에 불과하다. 부실은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또한 이미 부실편집으로 혼쭐이 나고도 아랑곳 않고 더 부실한 1박2일을 만들려는 것은 결국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처사이다.

여기에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런 부실강행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KBS측의 말이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의 뜻은 전해졌다. 그것은 차라리 결방을 낫다는 의미였고, 진정한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본 제작진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결방하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를 무섭게 아는 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사장 한 사람 때문에 수천만의 시청자가 피해를 본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부실이 뻔한 촬영 강행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1박2일 무조건 촬영 강행과 무결방 방침에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청자는 양질의 1박2일을 원한 것이지 아무렇게나 만들어서 시간만 때우는 불량 1박2일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에 티비를 끄거나 혹은 다른 프로그램을 볼 리모콘은 시청자 손에 쥐어져 있다. 1박2일이라는 이름으로 현혹해도 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곱 명의 출연자들에게도 하고픈 말이 있다. 갑과 을의 입장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국민예능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최선보다 100%를 더하겠다는 자세로 임해도 시즌1의 만족도를 줄 거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예능이다. 자신들이 프로라면 이렇게 최선을 다할 수도 없고, 해도 안 되는 촬영에 아무런 의지 표명 없이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