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보수기독교단체의 '도장깨기식' 허위신고로 남성 전용 사우나를 순찰한 서초경찰서에 대해 영장주의 원칙과 주거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지난 19일 발표한 진정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동성애 반대 단체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매주 금요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남성 전용 사우나 근처에서 반동성애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가학-피학적 동성애업소 앞 기도회’라는 현수막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찬송가를 부르거나 통성기도를 했다.

이에 해당 사우나 관계자 등은 영업방해를 이유로 해당 단체를 서초경찰서에 신고하고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 단체는 5월 30일 해당 사우나를 ‘동성애자 성매매업소’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여경을 포함한 경찰관이 해당 업소의 샤워실, 수면실 등을 순찰했다. 이에 업소 관계자가 남성 전용 수면실에 여성 경찰이 들어온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 보수 기독교 단체가 해당업소 입구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기도회를 진행 중인 모습. (피해업소측 관계자가 제공한 집회현장 영상화면 갈무리)

사우나 관계자는 동성애 반대 집회 대표자를 상대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서초경찰서가 해당 집회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으며 여경을 포함한 경찰이 나체로 수면하는 남성 수면실에 진입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는 “사건 집회 신고단체의 집회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와 평판이 저하되었으며, 정당한 영업행위를 방해 받았다”며 “집회 행위자는 이 과정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피해자의 인격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서초경찰서장에게 집회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집회 참가자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서면주의’를 조치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기관에 전파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관의 행위는 헌법 제12조 및 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 등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하고 피해자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직무 교육을 권고했다.

지난해 일부 언론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여경이 남성 사우나에 성매매 단속을 하러 갔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피해업소 측 관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성 전용 사우나에 반포지구대 소속 여자 경찰관이 들어온 일이 있었고, 경찰 측은 남성만 들어갈 수 있는 사우나인 줄 몰랐다는 답변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뉴스1은 지난해 6월 1일 <"여경이 남탕에 왔어요"… 난리난 누리꾼들 "여탕에 남경이 갔다면">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뉴스1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경찰 측의 입장에 따라 수정됐다. 뉴스1은 <"여경이 男사우나에" 사연 반전..'수면방 성매매' 단속이었다>로 기사 제목을 수정했다.

기사 말미에 “해당 업소는 사우나가 아닌 '수면방'으로 신고돼 있는 시설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문이 없는 방이 여러 개 있는 구조다.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신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돼 남녀 경찰 각 1명씩 출동했으나 성매매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포지구대 측 입장이 추가됐다. 이후 경찰 측 입장을 중심으로 '반전' '진실' '성매매' '수면방' 등의 표현이 사용된 20여 건의 기사가 포털에 게재됐다.

사우나 관계자는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글을 올리고 경찰이 업소에 무단침입하는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사우나 관계자는 "경찰은 해당 업소가 '사우나'가 아닌 '수면방'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업소가 마치 여성종업원을 고용한 불법 안마시술소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업소는 손님도 남성, 직원들도 남성인 남성 전용 휴식 공간이며 처음 신고로 출동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반복된 허위신고로 남자 경찰이 여러차례 방문해 신고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간 상태"라고 전했다.

사우나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해당 게시글이 기사화될 줄 예상하지 못했고, 또 보도된 기사내용은 대부분 거짓으로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선정적 기사를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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