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롯데를 잠실로 불러들인 홈 개막전에서 종반에 무너지며 8:3으로 완패했습니다. LG는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선발 임찬규는 올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승패 없이 물러나 외형적으로는 무난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5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거듭되는 롯데의 주루사가 아니었다면 초반 대량 실점으로 조기 강판될 수도 있었습니다. 올 시즌 선발로 확정되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시즌 혹사의 여파인지 임찬규의 구위와 구속 모두 가장 좋았던 작년 시즌 초반만 못했습니다. 첫 실점의 빌미가 된 4회초 박종윤의 희생 번트 타구에 대한 포구 실책 역시 임찬규의 책임입니다.

임찬규를 5이닝만 채우고 강판시킨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록 내용이 좋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고 투구 수 또한 75개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에이스 주키치와 함께 제2선발로서 원투 펀치를 이뤄야 하는 2년차 임찬규를 제대로 된 선발 투수로 육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경험이라고 보았을 때 승패와 무관하게 90개를 채우며 최소한 6이닝을 마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도 김기태 감독은 임찬규의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으며 타선이 동점을 만들었을 때 만원 관중이 들어찬 홈 개막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중으로 임찬규를 강판시키고 계투진을 가동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LG 한희 ⓒ연합뉴스
하지만 3:3 동점 상황에서 8회초 네 번째 투수 한희를 올린 타이밍은 물론 결과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한희는 마무리 리즈의 앞에서 LG가 리드하고 있을 때 등판하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서 개막 2연전에 기용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한희는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습니다. 프라이머리 셋업맨이라면 팀이 리드하는 상황에서 등판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소위 ‘좌좌우우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는 바람직하지만 프라이머리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는 리드 상황에서만 기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정재복과 정찬헌처럼 혹사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8회초 등판한 한희는 선두 타자 강민호에게 담장 바로 앞에서 처리되는 홈런성 타구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3연속 안타로 무너지며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의 치기 좋은 곳에 제구가 몰려 롯데 타자들이 쉽게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모습이었습니다. 8회초 사실상 쐐기점이 된 5:3으로 벌어지는 문규현의 스퀴즈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퀴즈의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초구에 피치 아웃하는 배터리의 센스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한희, 유강남 배터리가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투수 교체는 임찬규를 6이닝까지 끌고 가고 봉중근을 7회초에 올리며 8회초 동점 상황에서는 한희가 아니라 우규민에게 맡기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LG는 오늘 경기도 패하고 선발 투수와 프라이머리 셋업맨, 두 젊은 투수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습니다.

5:3으로 뒤진 9회초 등판해 1이닝도 처리하지 못하고 0.2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으로 3실점한 양승진의 투구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울어졌기에 경기를 그대로 매조지하라는 의미에서의 등판이었지만 제구가 흔들려 대량 실점해 패배하는 경기의 뒷마무리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양승진이 지나치게 많은 실점을 해 롯데 타선의 기를 더욱 살려주었고 오늘 등판시키지 않고 아낄 수 있었던 우규민까지 올려야 했습니다. 내일 경기를 위해서라도 패하더라도 깔끔한 매조지가 필요한 법인데 마지막 이닝까지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우익수 이진영의 수비도 두 번에 걸쳐 아쉬웠습니다. 8회초 1사 후 박종윤의 타구를 이진영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실패하면서 3루타가 되었는데 경기 종반 3:3 동점 상황이라 1점 승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1사 2루와 1사 3루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다이빙 캐치는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만일 2사였다면 이진영의 다이빙 캐치는 시도해볼 만 했지만 무사나 1사에서의 다이빙 캐치는 도박에 가까운 것입니다. 펜스 플레이를 시도해 2루타로 막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9회초 대량 실점의 빌미 역시 이진영의 실책성 수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선두 타자 조성환의 안타를 곧바로 포구하지 못해 2루타가 되었는데 바운드에 맞춰 포구했다면 무사 2루가 아니라 무사 1루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해가 갈수록 하락하는 ‘국민 우익수’ 이진영의 수비 능력이 아쉽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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