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삼성과의 개막 이틀째 경기에서 경기 후반 하위 타선의 폭발과 적절한 투수 교체로 3:2로 승리해 2연승으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 ⓒ연합뉴스
3월 18일 삼성과의 잠실 시범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좌완 이승우는 오늘 깜짝 선발로 등판해 4.2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평소 제구가 약점이었던 이승우는 4회까지 몸에 맞는 공 1개만을 내줬습니다.

아쉬운 것은 5회말 선두 타자 김상수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2사 후 강판되어 5회말을 마치지 못한 것입니다. 2사 2루 상황에서 상대 타자가 좌타자 이승엽이었으며 LG가 올 시즌 젊은 선발 투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대로 마운드에 둘 수도 있었지만 이승엽이 이승우를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으며 이승우의 투구수가 80개로 한계에 도달했기에 강판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승우는 차후 삼성을 비롯해 좌타자들이 강한 팀을 상대로 표적 선발로 다시 기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김기태 감독의 뚝심이 빛났습니다. 5회말 2사 2루의 위기에서 이승엽을 상대로 좌투수가 아니라 우완 유원상을 등판시켜 범타 처리한 것이나 6회말 무사 1루에서 채태인, 대타 우동균 등 좌타자로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유원상을 마운드에 그대로 둬서 무실점 처리한 것은 놀라웠습니다. 소위 ‘좌좌우우 공식’에 입각해 좌투수를 올리려는 유혹을 뿌리친 것입니다. 3:0으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 등판한 한희가 진갑용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대타 조동찬을 상대로 볼 카운트 2B 0S로 끌려갔지만 우규민으로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 역시 삼진과 무실점 이닝 종료로 귀결되었습니다.

8회말 하위 타선의 장타 2개를 포함한 집중 4안타로 3득점하며 승부를 가른 것 역시 김기태 감독의 뚝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경기 종반 하위 타선에서 얻은, 결승점으로 직결될 수 있는 선취 득점 기회에서 대타를 한 명도 기용하지 않고 선발 출장 선수들에게 맡겨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마도 LG 선수단 내부에서도 김기태 감독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에 대해 강한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8회초 무사 1루에서 김일경의 우월 2루타는 김기태 감독의 표정과 몸짓으로 보아 강공 지시가 아니라 희생 번트 지시에 대한 김일경의 사인 미스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타가 터지며 3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LG에 그만큼 승운이 따랐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승리했지만 4번에 걸친 LG 투수들의 선두 타자 볼넷은 팀을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5회말에는 이승우가, 6회말과 7회말에는 유원상이, 9회말에는 리즈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화를 자초했습니다. 결국 마무리 리즈는 9회말 선두 타자 배영섭에게 준 볼넷으로 인해 2실점했는데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장타력을 지닌 삼성의 중심 타선을 감안하면 선두 타자 볼넷은 자칫 블론 세이브나 대역전패와도 직결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리즈는 3점차를 안고 9회말 등판해 1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하며 부진했는데 제구와 퀵 모션에 약점을 지닌 리즈가 과연 마무리로서 1점차 박빙 상황에서 승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남겼습니다.

1승만 거둬도 만족일 것이라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과의 원정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LG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 LG는 롯데와 홈 개막 3연전을 치르는데 이대호와 장원준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3연전 내내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LG가 여전히 타선이 강한 롯데를 상대로 쉽지 않은 대결이 될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