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의 개막 엔트리 합류가 어제 확정되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시범 경기가 종료된 뒤 코치들과의 회의를 통해 봉중근의 개막 엔트리 합류 여부와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는 봉중근의 보직은 중간 계투로 결정되었습니다. 봉중근의 불펜진 가세로 인해 LG는 마무리 리즈를 비롯해 우규민, 한희 등 나름대로 탄탄한 필승 계투진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봉중근의 개막 엔트리 합류 및 불펜 가세가 봉중근 개인으로서나 LG로서나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우선 만 32세의 봉중근이 단 10개월 만에 재활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성급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선수 본인이 재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코칭스태프에서도 몸 상태가 100%라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통증이 재발할 수 있는 것이 팔꿈치 수술입니다. 1군의 필승 계투진에 소속되어 승패의 희비가 순간순간 엇갈리는 실전에서 엄청난 중압감을 지닌 채 등판하는 것이 과연 현재의 봉중근에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봉중근이 1군 필승 계투진에 남을 경우 등판 간격과 투구 수가 지켜질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습니다. 잦은 불펜 대기 및 연습 투구는 봉중근의 팔꿈치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시즌 초 야간 경기의 쌀쌀한 날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 LG는 좌완 불펜진의 여건은 작년보다 개선되었습니다. 기존의 이상열 외에 플레잉 코치 류택현이 가세하면서 좌완 불펜진에 숨통이 트인 것입니다. 신인 최성훈과 친정팀으로 복귀한 신재웅, 그리고 양승진, 이승우까지 시범 경기에 등판했던 네 명의 좌완 투수 중에서 1명만이라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다면 굳이 봉중근까지 불펜에 대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LG의 상황을 감안해야 합니다. LG는 올 시즌 주키치, 임찬규, 임정우, 정재복, 김광삼, 이대진의 6선발 체제로 로테이션을 구성했는데 말이 좋아 6선발이지 제대로 된 선발 투수는 주키치 한 명 뿐입니다. 그렇다고 주키치가 15승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리그 에이스급도 아니며 나머지 5명의 선발 투수 중에서는 10승 투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회의적입니다. 주키치를 제외한 5명의 투수가 모두 우완 투수인 것도 봉중근의 선발 로테이션 가세 이유에 힘을 실어줍니다. 따라서 봉중근을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는 것이 허약하기 짝이 없는 LG의 선발진을 그나마 보완하는 방안입니다.

▲ 팔꿈치 수술과 재활 이후 단 10개월 만에 1군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오르는 봉중근의 뒷모습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봉중근이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따라서 봉중근과 LG에 있어 최선은 봉중근을 1군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고 승패에 대한 부담이 없는 2군에서 등판 간격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가운데 서서히 투구 수를 불려나가 100구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1군에는 여름 이후 선발 투수로 올라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입니다.

LG 코칭스태프는 봉중근의 몸 상태가 100%이기에 개막 엔트리에 합류시켰다고 밝혔지만 LG 입단 이후 꾸준히 선발 투수로 뛰어온 봉중근이기에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서도 선발 투수로 뛸 수 있어야만 몸 상태가 100%라 규정할 수 있습니다.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고 취임한 김기태 감독과 3억 8,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연봉이 61%의 삭감된 봉중근 모두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봉중근의 개막 엔트리 합류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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