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모처럼 축구 강국과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5월 30일에 스위스 또는 오스트리아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 스페인과 평가전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6월 8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평가전 필요성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대단히 의미 있는 매치를 성사시킨 것입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 성사에 대해 축구팬들은 크게 반겨하고 있습니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 입장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 경기입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세계적인 강팀과 해외에서 평가전을 갖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최종예선을 앞두고서는 '맞춤형 평가전'이라 해서 중동팀, 아프리카팀과 경기를 갖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스페인전을 통해 최종예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월드컵 본선을 위해서도 한국 축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2010년 6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한국-스페인전에서 선수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페인 매치가 성사될 수 있었던 비결

한국과 스페인이 2010년 6월 이후 2년 만에 맞대결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초, 스페인협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양국간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가장 컸습니다. 양국의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협력을 하기로 하면서 그 가운데 나온 것이 바로 한국-스페인 대표팀간 평가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해 6월, 오스트리아에서 곧바로 평가전을 치를 수 있었고, 한국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좋은 평가전을 치러내며 본선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후에도 교류, 협력을 위해 노력한 한국과 스페인은 2년 만에 다시 A매치 평가전을 성사시키며 양 국 팬들의 관심을 다시 이끌어냈습니다.

두 팀이 갖고 있는 상황이 여러 가지로 맞아떨어진 것도 컸습니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앞두고서 평가전을 가져야 했던 상황이었고, 스페인은 유로2012 본선을 앞두고 2-3차례 평가전이 역시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서로 성격은 달라도 타이틀이 걸린 경기, 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것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지면서 평가전 성사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큰 경기를 앞두고 갖는 만큼 그냥 단순한 친선전, 평가전 이상의 성격을 지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두 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페인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어쨌든 이번 스페인전을 통해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은 새 판을 짜는 대표팀의 전력을 시험해보는 데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켜 실험해보고 전력을 확인해보는 데 최강팀 스페인과의 경기만큼 좋은 기회는 없기 때문입니다.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시험해보고, 못하는 것, 잘 안 되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경기를 통해 배운다면 전력 강화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선수들을 이런 평가전을 통해 경험해보고, 자신감을 쌓는다면 어떤 경기든지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강희호가 아예 새로 시작하는 단계라 해도 첫 경기에서 '따가운 예방주사'를 맞고, 좋은 경험을 한다면, 향후 벌어질 다양한 상황,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월드컵 예선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벗어나 평가전을 가진 것은 2010년 스페인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원정 경기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강조됐던 가운데서 오랜만에 유럽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은 원정 분위기를 미리 익히고, 그에 따라 팀워크를 맞추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보다 득이 많을 스페인전

물론 이 경기가 '1.5진'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 K리그,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겹쳐 국내파 선수 대거 차출이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스페인 역시 부상 방지, 컨디션 관리 등을 이유로 주전을 대거 제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강과 경기를 벌이는 한국 입장에서는 분명 실보다 득이 많은 경기가 될 것입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얻고 확인하는 경기가 된다면 최강희호는 어떤 경기보다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경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페인전 성사는 아주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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