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8:0으로 완패했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LG 타선은 9이닝 동안 6회말을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9안타 3사사구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봉패한 것입니다. 참으로 비효율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안타가 산발에 그친 탓도 있지만 팀 배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주자가 출루했을 때 진루타는 단 1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LG 오지환 ⓒ연합뉴스
특히 1회말과 5회말 박용택이 안타로 출루한 뒤 오지환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주자를 득점권으로 진루시키지 못한 것이 두드러졌습니다. 오지환은 1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며 번트 동작을 취했는데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려는 의도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도 주자를 진루시켜야 한다는 암시를 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진으로 인해 주자는 꼼짝 못했습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주전 타자들이 다수 제외되면서 오지환이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되었지만 저조한 타율은 물론이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위 타선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지환이 1회말과 5회말 삼진으로 물러난 뒤 2사 1루에서 안타가 나왔는데 오지환이 진루타를 기록했다면 LG는 무득점에 허덕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내외야의 수비 또한 모두 아쉬웠습니다. 특히 선발 출장한 외야수 3명이 모두 타구 처리가 미숙했고 실점과 직결되었습니다. 3회초 무사 1, 3루에서 결승타가 된 고동진의 2타점 2루타에서 우익수 이진영은 타구를 따라가다 포구하지 못해 담장까지 흘려보냈는데 타구가 잘 맞았음을 감안하면 이진영의 타구를 따라가는 동선은 보다 담장에 가깝게 뒤쪽으로 향해 포구했어야 합니다. 만일 이진영이 각도를 물러나 제대로 포구했다면 1루 주자 이대수까지 득점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수비였습니다.

우익수 윤정우는 두 번에 걸쳐 실책성 수비를 범했습니다. 6회초 4:0으로 뒤진 1사 3루 상황에서 최승환의 명백한 파울 플라이를 잡아 희생 플라이로 둔갑시켜줘 5:0으로 벌어지도록 한 것은 본헤드 플레이입니다. 많은 점수를 앞서고 있어 경기 종반 아웃 카운트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1사 혹은 무사 3루에서의 외야 파울 플라이는 희생 플라이 및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포구해서는 안 됩니다.

8회초 1사 1루에서 정범모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다 뒤로 빠뜨려 적시 2루타가 되어 6:0으로 벌어지도록 한 윤정우의 수비 역시 허술했습니다. 차라리 원 바운드로 단타 처리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윤정우는 3월 21일 잠실 두산전 1회말에도 비슷한 다이빙 캐치 실수로 실점의 화근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타격과 도루 능력이 엿보이는 윤정우이지만 수비 능력은 보완이 시급합니다.

중견수 김용의 역시 6회초 1사 후 이양기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다 뒤로 빠뜨려 3루타로 만들어줬는데 우타자가 밀어 친 타구는 우측으로 계속 휘어져 나간다는 점에서 무리한 다이빙 캐치 시도였습니다. 3월 27일 광주 KIA전 7회말 평범한 뜬공의 포구 실책까지 외야 수비가 매우 불안합니다. 8회초 유격수로 수비 위치를 바꾼 김용의는 1사 1, 3루 오선진의 땅볼 타구를 대시하지 않아 병살 처리하지 못해 7:0으로 벌어지게 했는데 내외야를 오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하나의 포지션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1군에서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9회초 선두 타자 하주석의 느린 땅볼 타구에 대한 3루수 김재율의 수비 역시 대시가 부족한 소극적인 수비였고 안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진영, 윤정우, 김용의, 김재율의 허술한 수비는 모두 실점과 연결되어 LG 대패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선발 정재복은 2회초까지는 낮은 직구를 위주로 무실점했지만 3회초 2실점하며 무너졌는데 선두 타자 한상훈과 뒤이은 이대수를 상대로 연속으로 볼 카운트 0S 2B로 끌려간 끝에 연속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시범 경기에 첫 등판한 정재복은 5이닝 3실점로 패전을 기록했는데 구위와 제구 모두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뒤이은 구원 투수들 또한 이동현을 제외하면 모두 실점하며 불안했고 이동현 역시 1이닝 동안 3피안타로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