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 서서히 발을 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골머리를 썩이며 연일 조기폐지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고 있는 종편 방송사들에게는 꿈에서나 달성할 것만 같은 환상 속의 시청률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 자릿수의 성과는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가 잘나간다는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프로그램의 결과라기엔 처참한 실패입니다. 그것도 한 번의 실험과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거친 이후에 후속으로 내민 속편의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죠.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드림하이2와 15회를 방송한 청춘불패2는 그 화려한 출발도, 그들의 초라한 성과도 나란히 쌍둥이처럼 닮았어요.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습니다. 드림하이2나 청춘불패2 모두 전작에 비해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이들로 출발했습니다. 확실한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딱 꼽을 수 있을 만큼 확고한 팬 층의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 낼만한 이들이 보이지 않았고, 이런 부실한 출연자 명단은 미숙한 발연기나 어색한 예능 적응 과정을 욕하면서도 보는 충성도를 기대하기엔 훨씬 모자랐습니다. 전작들의 출발 시점에 쏟아졌던 무수한 연기 혹평이나 예능 부적응에 대한 비판은 도리어 적었지만, 이런 너그러운 시선과 인내심은 이들이 유난히 잘했다기보다는 사실상 무관심이나 외면 덕분에 화제에 많이 오르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맞붙었던 경쟁작들의 완성도나 여전히 아쉬운 편성 시간대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림하이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갈수록 힘이 붙고 있는 강적 ‘빛과 그림자’의 위세에 눌리기도 했고, 확실한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샐러리맨 초한지’에게도 화제성을 빼앗겼습니다. 토요일 밤 11시라는 극악의 편성은 아이돌 문화의 소비층이 시청하기엔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드라마의 경쟁은 자신의 대진운을 탓하기엔 언제나 치열하기 나름이고, 청춘불패2의 편성 시간은 전작의 금요일 밤 11시와 비슷한 조건입니다. 다른 외부 조건의 탓만 하기에는 시청률 5%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자체적인 문제점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죠.

아이돌 중심의 드라마, 예능 기획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무슨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어떤 이들을 어떤 모습으로 출연시킬 것인가가 선행되는, 기이하게 비틀린 전제조건이 만든 문제란 거죠. 이 두 프로그램은 방송 내내 무슨 이야기를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 나갔는지의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누가 무엇을 했느냐에 훨씬 더 큰 방점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애국가나 동요를 불러도 화제가 되는 아이돌들에게 정교한 이야기 전개나 치밀한 방송 콘셉트는 다음 문제였다는 거죠. 그저 이들 어린 재능들의 반짝거림과 그것에 환호하는 팬들에게만 의존하는 기획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단 겁니다.

게다가 이들 초보 연기자, 예능 도전자들을 뒷받침해주어야 할 도우미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드림하이2의 성인 연기자들은 철저하게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또래 연기 초보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어야 하는 강소라는 전작 김수현의 든든함과는 거리가 먼, 그녀 스스로도 잘못 만들어진 괴이한 민폐 캐릭터 소화에 벅차하며 도리어 방송 내내 논란과 비판의 중심이 되었죠. MC로서 흐름을 잡아주고 각각의 조화를 이끌어주어야 했던 청춘불패2의 이수근은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진행 연습으로 활용하며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웃음의 포인트마저 깎아먹고 있습니다. 오버진행으로 흐름을 깨먹는 붐이나 여전히 병풍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현우는 왜 출연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구요.

그러니 설득력 있는 개연성도 의미도 없이 그저 출연자들 매력 발산에만 급급한 엉망인 대본, 초보 투성이인 아이돌들을 붙잡아 줄 중심도 없이 사정없이 흔들이는 출연진들로 구성된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아이돌 위주의, 아니 아이돌 의존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무책임한 기획이 될 수 있는지를 역력하게 보여주는 방송이었어요. 그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는 것,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 전부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왕 어린 재능들을 활용할 셈이라면 좀 더 멋지고 정교한 무대를 마련하고 제대로 놀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드림하이2와 청춘불패2는 이런 준비 없이 그저 전작의 소소한 성공에만 눈이 멀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무시해버렸습니다. 이런 날림 기획 덕분에 시즌을 이어가며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었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처했습니다. 시청률 5%의 결과는 아무런 준비나 성의도 없이 잘나가는 아이돌만 믿고 프로그램을 만들다가는 이렇게 속절없이 망해 버린다는 소중한 교훈만 선물해 주었네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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