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시작이라는 어정쩡한 출발을 보여준 1박2일 시즌2가 아무런 잡음이나 문제없이 사뿐한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했던 이들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언젠가는 이전의 영광을 되찾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기존의 1박2일 팬들에게 남겨주면서 경쟁 프로그램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입니다. 지금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미래의 재미와 즐거움도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불안감을 줄이고 편안함과 익숙함을 쌓아가는 것.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인내와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좀 친해질 시간이 중요하단 말입니다. 우린 아직 새로운 멤버들의 면면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소개받지 못했습니다. 연기자로서, 혹은 가수로서의 일면을 접해온 나름의 인지도 있는 연예인들이지만 이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자신들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고유한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여러 번의 여행과 미션 수행으로 저마다의 캐릭터를 장착해야 하니까요. 그런 차별적인 매력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숙성되고 조화를 이루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2주에 한 번 녹화라는 짧은 호흡 동안에 많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에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안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일요일 저녁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지적할 것들이 더 많은 구멍투성이니까요. 전작의 위세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어떤 경쟁 프로그램도 얻지 못한 엄청난 축복이지만 이런 유리함의 이면에는 결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벽 또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즌 1의 성과만을 누리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있다가는 점점 더 그 힘을 잃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무엇부터 해결해나가야 할까요. 특정 멤버에 대한 편중이나 그와는 반대되는 침묵 같이 멤버들의 부조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1박2일 시즌 2은 시작과 기획부터가 전작의 굴레를 극복하고 스스로가 자유롭기 쉽지 않은 설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3회라고 하는 것 대신 전작의 숫자를 이어 받아 110회라고 아예 못박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거의 대부분 교체되고, 멤버들의 과반수가 물갈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이전 1박2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들이 행하는 미션의 대부분은 시즌1에서 반복되었던 것이고, 여행의 포맷은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심지어 각종 효과음과 자막의 폰트까지도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전작과 동일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런 식의 전작과의 동일화는 달라진 제작진,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 기묘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전의 수많은 미션들은 그들 전임자들이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와 가장 어울리는 것들을 엄선한 것들입니다. 이런 과제들을 새로운 멤버들에게 그대로 이식하면서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매번 멤버들에게 굴욕에 가까운 무식 컨셉을 선사하고 그런 낮아짐으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혔던 퀴즈들은 새 멤버들의 우수함을 자랑하는 뽐내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수와 짖궂음 투성이였던 각종 복불복들은 배우들의 진지함으로 인해 특유의 긴장보다는 어색함으로 기존 멤버들의 오버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한 과정이겠지만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이런 시정과 조정의 과정은 분명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 합이 맞아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깊어져야 나올 수 있는 즐거움은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죠. 그렇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시정할 수 있는, 바꾸어야 하는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제작진의 부족함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진행과 편집의 문제. 특히 의미 없이 남발되는 자막의 문제가 그것이죠. 1박2일 시즌1과 2의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바로 제작진의 역량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인 센스 없는 자막이에요.

1박2일 제작진이 전면으로 나서서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은 나영석 PD나 지금의 새PD처럼 화면 안으로 들어와 운영하는 직접적인 프로그램 진행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매 화면의 하단을 장식하는 자막입니다. 적절하게 내용을 해석하고 자신들의 의도를 설명해주고 각각의 캐릭터와 관계까지도 설정해주는 은근하지만 강력한 개입.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자막은 그 용도와 영향력이 막강한 제작진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1박2일의 제작진들은 이 무기를 전혀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행 지역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설명해주는 부분은 그나마 낫습니다. 이런 설명에는 평이한 부가 설명만으로도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반면 개개인의 캐릭터를 설정해주거나 이들의 행동에 의미를 담는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지금의 제작진은 오그라드는 자화자찬이나 과도한 설명을 덧붙이는 경우가 허다하거나, 지나친 개입으로 시청자들의 생각의 여지를 줄이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현재 1박2일의 자막은 너무 조급하거나, 그 표현이 너무 유치하고 과도한 부분이 많아요.

애초에 자막이 유도하고자 하는 감정이입과 공감보다는 너무 빈번하게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버리거나, 애써 모든 일들을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혼자서 오버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족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죠. 차라리 조금은 물러서고 자막을 자제하면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금은 여유를 주는 것이 시청자들이 새로운 멤버들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의욕이 앞서는 것도, 빨리 연착륙시키고자하는 조급함도 알겠지만 지금 제작진의 자막 욕심은 너무 지나쳐요.

지난 3주간의 방송을 보더라도 다행히도 시청자들은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무작정 여유를 부리는 것은 문제겠지만, 과도하게 시청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해도 된다는 거예요. 오히려 이런 과욕이,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이루려는 조급함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부를지도 모릅니다. 하나씩 차분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친근하고 낮아짐으로 다가가는 것이 지름길일 겁니다.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와 1박2일의 차이점은 바로 이런 사람냄새, 과도하게 꾸미지 않는 재미에 있습니다. 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만 드러나는 미션이나 효과음만 따라가기에 급급한다면 시즌2의 성공은 결코 보장받지 못할 거예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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