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는 하수상한 날씨 속에 방송3사의 파업콘서트가 열렸던 여의도에는 비가 내렸다. 그곳에서는 요즘 티비에서 통 보지 못하는 얼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1박2일 나영석 PD 그리고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도 그곳에 함께했다. MBC의 간판 문지애 아나운서를 비롯해 열혈보도의 대명사 박대기 기자까지 보고 싶은 얼굴들은 거기에 다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한 트위터의 글에 오상진 아나운서가 리트윗한 일이 보도가 돼 종일 화제가 됐다. 파업에 참여치 않고 예능에서 희희낙락하는 모습에 대해 일침을 가한 글이었다. 잘 나가던 위대한 탄생에서 스스로 하차한 오상진 아나운서라면 그런 전현무에 대해서 직접 하고 싶은 말도 있겠지만 다른 코멘트 없이 리트윗만 한 데서 그의 심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파업에 따른 사측의 보복도 한층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나운서, 기자들에 대한 동업자적 서운함은 충분히 인간적으로 가질 수 있다. 새살림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MBC 김정근 아나운서 등에게 사측은 월급뿐만 아니라 재산 가압류에 나섰다.

트위터에서 다룬 것처럼 단지 성대결절이 걸릴 정도로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파업에 참여하는 언론인들은 재산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속한 노조가 다르다고는 하더라도 버젓이 고정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대타까지 뛰고 있는 전현무가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 밉상으로 비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오상진이 리트윗해 자신의 팔로워에게 소개했던 글에서는 ‘미안하지 않은가?’라고 물었지만 달리는 전현무에게 언론인인지 아니면 연예인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같은 언론인으로서의 오상진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질문이었고, 낙하산 사장과 불공정방송에 입을 닫고 있는 더 많은 언론인들에 대한 항의였을 것이다.

16일 파업쇼에 참가한 나영석 PD는 “사람은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면서 낙하산 사장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눈치껏 행동해야 할 사람은 낙하산 사장만이 아니다. 그리고 전현무만도 아니다. 방송3사라는 전례가 드문 방송 연대파업에도 불구하고 밉상스럽게 예능에 출연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지만 현재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아나운서, 기자들이 전현무만은 아닌 것이다.

매주 주말쯤이면 무한도전 몇 주째 결방이라는 기사가 꼭 등장한다. 그만큼 예능 결방은 파업의 아이콘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KBS 파업은 통 눈치를 챌 수가 없다. KBS에 두 개의 노조가 존재하고 구 노조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까닭에 MBC와 달리 KBS는 파업의 여파가 크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전현무가 고정 출연하는 남자의 자격 촬영을 거부한다면 파업의 파급력을 시청자에게 실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영석 PD가 말한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나운서의 기능보다 예능인의 기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현무지만 정말 의식이 있다면 이런 정도의 행동은 눈치껏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능대타까지 뛰는 KBS의 충실한 직원에 불과하다.

세상은 그다지 정의롭지 못하다. 공정방송의 이슈에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현무를 비롯해서 다른 아나운서, 기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개인의 소신 운운하는 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MBC노조가 만든 <파워업 피디수첩>을 본다면 그것이 소신인지 아니면 단지 비겁한 침묵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오상진 아나운서는 방송인 이전에 언론인이라고 자신의 존재감을 정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공정방송을 저해하고 있는 낙하산 사장과 그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무늬만 언론인들에게 당당히 묻고 따질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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