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예상 가능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별다른 반전이나 깜짝 쇼도 없는 조용한 결말이었죠. 양명과 중전, 윤대평과 그 무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예고되었던 이들은 줄초상을 맞이했습니다. 중전의 자리는 본래의 주인인 연우에게 돌아왔습니다. 민화 공주는 죄의 대가를 치르고 용서를 받았구요. 다소 밋밋하기는 하지만 크게 불만을 가지기도 어려운,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안전한 끝맺음. 시청률 40%를 넘나든 화제작의 마지막 1시간은 격렬하기보다는 편안한 연착륙이었어요.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전날 방송의 숨가쁜 내용 전개에 비해 마지막 국면의 흐름은 극의 하이라이트인 양명의 반란이 마무리된 이후 예정된 결말을 향한 다소 늘어지는 속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쉬운 완성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모의 장면은 군사의 수도, 그들을 동원한 방식의 세밀함도 부족함 투성이었으니까요. 국가의 명운을 다투는 대사를 이다지도 허술하게 준비하는 반란군이나 20회 내내 외척 세력에게 끌려 다니던 훤이 무슨 힘으로 깔끔하게 매조지할 수 있는 세력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무엇보다도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죽기 위해 마련한 자의적인 양명의 최후 장면은 너무 지나쳤습니다.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너무 헐거운 이음새가 많았어요.
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자 해품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한가인의 연우는 마지막까지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일의 매듭을 풀고, 드디어 가족과 해우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못하는 동일한 밋밋한 톤으로 감동의 포인트를 까먹어 버렸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보고 오열하는 어머니 앞에서도, 스승이자 친구였던 오라버니 앞에서도, 원수이자 친구였던 시누이 공주 앞에서도, 심지어 중전이 되어 훤과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에도 한가인의 연우는 똑같이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할 뿐입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23103 2012/02/09 - 해품달, 왕따 자초한 연기력, 약점이 들통 났다) 전 한가인의 연우에게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