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KBS 기자들이 <KBS 뉴스9> 대신 제작한 <리셋 KBS 뉴스9>에 대한 사측의 반응이 격렬하다.

민간인 불법사찰 과정에서 돈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폭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잠깐 살았던 포항의 한 마을에서는 혈세가 투입돼 성역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도한 <리셋 KBS 뉴스9>에 대해 트위터 등에서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뉴스" "이게 진짜 KBS 9시 뉴스"라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KBS <뉴스9>이 2월 28일 톱으로 보도한 '민주통합당 모바일 경선 관권 개입' 관련 보도가 황당하게도 한 달 전인 1월 20일 이미 KBS 광주뉴스에서 보도된 리포트라고 폭로한 <리셋 KBS 뉴스9> 보도 캡처.

그러나 KBS 사측은 <리셋 KBS뉴스9>이 공개되자 곧바로 입장을 내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리셋 KBS 뉴스9>이 정치적 목적의 파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성을 갖고 제작되고 있다"며 "KBS 뉴스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 KBS의 입장이다.

특히, KBS가 '발끈'한 보도는 KBS의 교묘한 총선 편파보도를 지적한 <총선 보도의 불편한 진실> 아이템이다.

14일 <리셋 KBS 뉴스9>은 '총선 보도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KBS <뉴스9>이 2월 28일 톱으로 보도한 '민주통합당 모바일 경선 관권 개입' 관련 보도가 황당하게도 한 달 전인 1월 20일 이미 KBS 광주뉴스에서 보도된 리포트라고 폭로한 바 있다.

해당 리포트는 민주통합당 모바일선거인단 관권개입 논란과 관련해 전남의 한 한정식 집에서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과, 구청장, 관내 동장이 모이는 현장을 KBS 카메라가 단독 포착했으며 "검찰은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모집에 관권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보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

이미 KBS 전파를 탔던 뉴스가 왜 한 달 지난 시점에 다시 메인뉴스의 '톱'으로 보도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리셋 KBS뉴스9>은 "모바일선거인단을 모집하던 전직 동장이 투신하자 민주통합당의 비리 보도를 캐오는 과정에서 재탕된 것"이라며 "KBS는 뒤이어 50대 통장의 긴급체포를 보도하는 등 1주일 내내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MBC와 SBS의 관련 리포트가 각각 7개, 6개인데 반해 KBS는 11개에 이른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14일 KBS는 "야당을 흠집내기 위한 특정 아이템 부풀리기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2월 28일 동장의 투신에서 비롯된 모바일 투표자 불법모집과 관권개입 뉴스는 선관위에서 수사 의뢰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고, 특히 KBS의 단독 보도였던 만큼 9시 뉴스에서 톱으로 다루고 관련 아이템을 타사보다 집중적으로 다룰 충분한 사안이었다"고 반발했다.

KBS뉴스가 장수풍뎅이, 반달곰 소식은 리포트로 처리하면서도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은 단신으로 보도했음을 지적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당일 해당 검사와 판사 모두 언론접촉을 피하면서 사실확인이 미흡해 단신으로 다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셋 KBS 뉴스9>을 총괄하는 김경래 KBS 기자는 이에 대해 1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한 달 이상 묵은 뉴스를 내용도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9시 뉴스의 톱으로 내는 경우는 없다"며 "의도적으로 민주당 모바일 경선 문제 이슈를 강하게 포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 기자는 "이미 한 달 전 보도된 내용을 왜 다시 메인뉴스 톱으로 보도했느냐는 상식적인 문제제기에 '중요한 뉴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대답이 될 수 있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기자는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탄 건과 관련해 취재가 되지 않아 단신으로 보도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만약 민감한 사안이 벌어졌음에도 당사자 취재가 안 된다면 모두 단신으로 내보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김 기자는 "회사 간부들이 리셋뉴스에 출연하는 기자들에게 전화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리셋뉴스 하지 마라'는 노골적 압박은 아니지만, 회사 간부들이 기자들에게 전화해서 '걱정된다' '내부에서 말이 많다'고 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라며 "이런 식의 압박은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