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4일 발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법제도 공약에 대해 '검찰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허무는 공약이라는 주요 언론의 평가와 함께 '검찰부' 탄생이라는 검찰 내부의 우려가 보도되고 있다.

윤 후보가 이날 발표한 '사법제도와 법집행' 공약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권한 검·경 확대 ▲경찰 사건 송치 후 검사 직접 보완수사 등이 골자다. 15일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윤 후보 공약을 '검찰권력 복원', '검찰개혁 지우기', '검찰공화국 부활' 등으로 규정했다.

2월 15일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기사·사설 제목 갈무리

한겨레 기사 <무소불위 검찰권력으로 퇴행… 윤, 민주적 통제 무력화 시도>는 검찰 안팎의 평가를 다뤘다. 수도권의 한 검찰 고위간부는 한겨레에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과 예산편성권, 인사권을 부여한 것은 막강한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라며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거나 수사하지 않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사라진다"고 전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윤 후보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수사지휘를 받은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놓은 것 같다"며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등 검찰을 행정부 외청이 아닌 '검찰부'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 7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채널A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후보는 '검언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등의 사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윤 후보는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권한을 검·경으로 확대하는 공약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의 축소를 의미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공수처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검사 사건을 검찰이 먼저 인지하면 (과거처럼)수사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검찰개혁 지우기' 선언한 윤석열>에서 윤 후보 공약을 '인사권만 남기고 검찰에 다 준다'고 요약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뒤집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유지돼 온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절차까지 손보겠다는 것"이라며 "검찰권 분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검찰개혁 방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어서 이 문제가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사설 <‘무소불위 검찰’ 만들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인가>에서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공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 연루 사건 중 '고발사주' 의혹,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 등을 거론하며 "검찰이 외부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 얼마나 불공정하고 정치적인 일을 벌여왔는지 보여주는 비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겨레는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징계, 대선직행으로 인한 검찰중립성 훼손, 장모·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등을 나열하며 "결국 윤 후보는 검찰이 조직적 이해관계나 수뇌부의 개인적 목적에 따라 검찰권을 사용할 때 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함을 보여준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공약 철회를 촉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검찰공화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건가>에서 "윤 후보가 밝힌 내용은 사법정책이 아니었다. 법원·재판과 관련된 내용은 극히 일부였고, 초점은 검찰권 강화"라며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수사권 조정 등 검찰권 축소에 동의한 바 있다. 임명권자 의중에 맞춰 동의하는 척만 한 건지, 아니면 생각이 바뀐 건지 궁금하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공언하고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며 "검찰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에 비춰보면, 이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닐 가능성이 짙다. 그는 지금 ‘검찰공화국’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검찰권 도로 강화한다는 尹, '검찰공화국' 만드나>에서 "검찰 독립·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검찰개혁을 후퇴시키고 무소불위 검찰을 부활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권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추진된 검찰개혁 과제였다"며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윤 후보의 사법분야 공약은 결국 검찰부활 신호탄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안 그래도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인 판에 검찰권 강화 공약을 수긍할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며 "도리어 얼마 전 공언했던 적폐수사에 검찰을 대대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윤 후보 사법제도 공약을 그대로 인용했다. 조선일보 <尹 "이번 대선은 상식회복 선거" 국민펀드 53분만에 500억 모여>, 중앙일보 <윤 "더 낮은 자세로 뛰겠다" 의총서 정치 초심 되새겨>, 동아일보 <尹 "대한민국 바로 세우는 선거"> 등 윤 후보 행보를 전하는 기사에서 공약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별도의 사설이나 칼럼은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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