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가 힐링캠프에 초대됐다. 좀 이상한 일이었다. 차인표는 도무지 아픔이나 고백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지 않은 반듯함 그 자체인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일약 스타가 되고는 지금까지 기부와 봉사의 아이콘으로 평화롭게 살아온 차인표기에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아했다.

그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차인표의 힐링포인트는 나누면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힐링캠프 출연이었다. 지금까지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스타들과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이다. 티비 출연이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나왔다는 차인표는 나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의외로 형제 중 천덕꾸러기였던 성장기에 대해 두루두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차인표에게도 고백할 것이 있기는 했었다. 지금의 차인표가 아니라 조금밖에 착하지 않은 때였다. 봉사와 기부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만족을 위한 선행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NGO도 믿지 못해 직접 불우이웃을 도우려 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생색형 선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차인표가 10만 원짜리 봉투 700개를 들고 돌아다닌 곳은 불우이웃이 아니라 그냥 이웃들이었다.

그러고도 차인표는 아직도 지금의 차인표가 아니었다. 그저 아내 신애라의 선행에 소극적으로 동조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를 지금의 차인표로 만들어준 결정적 계기는 아주 우연하게 찾아왔다. 이미 입양과 컴패션을 통한 10명의 후원으로 만족하고 있던 차인표는 아내 신애라의 사정으로 인도에 대신 가게 됐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차인표는 그저 연예인에 불과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홍보촬영하러 간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컴패션에 당당히 비즈니스 클래스를 요구할 수 있었다. 차인표의 착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컴패션에서 받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자기 마일리지를 써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까지 해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 같았으면 당장에 누리꾼들이 난리가 날 일이었지만 다행히 그때에는 조용히 넘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허세에 빠진 연예인 차인표에게 놀라운 경험이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인도 아이들, 그 중 한 아이의 손을 잡자 그의 마음속에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다. 우리 위로하면서 같이 가자 앞으로”

차인표가 준비했던 말을 오히려 가난한 아이에게 듣게 됐다. 쉽게 믿지 못할 일이기는 하지만 차인표는 그 순간 이후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만일 신이 있다면 그 목소리는 신의 말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종교에 따라 그 신은 이름을 달리하겠지만 그렇게 신의 목소리를 대하고 변화된 차인표는 연기대상 수상소감에서 당당히 컴패션 결연을 하자고 말할 정도로 기부와 봉사가 최우선인 사람이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경규는 차인표에게 강력한 질문을 던졌다. 연기자라면 연기로 칭찬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배우라는 명칭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이고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차인표는 우문현답의 모범을 보였다.

자신은 최민식이나 송강호 같은 1류 연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은 2류 연기자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항상 최민식, 송강호 연기만 보겠느냐며, 자신같은 발연기도 가끔 봐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솔직한 말이었지만 그래도 발연기, 2류까지는 좀 심한 자기 겸손이었다. 물론 차인표는 연기로 세상을 감동시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차인표는 누가 뭐래도 일류배우다. 그의 의식이, 그의 생활이 연기 그 이상의 감동을 세상에 나눠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시트콤까지 전격 출연하여 스스로의 연기의 벽을 깨고자 도전하는 자세에서 조만간 연기로도 세상을 울리고 웃길 날도 올 것이다. 차인표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일류배우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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