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 중 처음 반향을 일으킨 ‘장르’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로 첫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 좀비물 ‘킹덤’이었는데, 28일 공개한 한국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이 좀비물이다.

좀비물로 화제성을 높인 넷플릭스가 다시 좀비 드라마로 회귀한 셈. 덕분에 예고편은 공개 이틀 만에 200만 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갖고 해당 예고편을 클릭한 결과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뮤지컬배우 배해선과 이규형, 안시하와 ‘오징어 게임’ 이유미가 출연한다. 배해선은 원작 웹툰엔 없는 독창적인 인물이다. 안시하는 등장 시간이 짧은 반면, 이규형은 원작 웹툰보다 분량이 많아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화제작 ‘킹덤’ 속 생사역 감염자들은 매우 빠르면서 동시에 집단으로 움직여 시청자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 또한 집단적이면서 빠르게 생존자들에게 달려드는 행동 양태를 보이면서 21세기 학교 버전 ‘킹덤’을 창출했다. 속도감 있는 연출 덕에, 웹툰 원작보다 공포감은 더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원작과는 일부 다른 각색으로 구성돼 웹툰 원작을 접했다 해도 기시감 대신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를 기대할 만하다. 기존 좀비물의 패턴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다채로운 각색을 시도했다. 관습적인 클리셰를 익숙하게 차용하는 대신, ‘킹덤’ ‘부산행’ 등 기존 좀비물과의 차별점을 강화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진일보한 좀비물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이채로운 점은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두드러지게 묘사되는 점이다. 이미 미국드라마 ‘워킹 데드’ 등이 선보인 바 있는 메시지로, 좀비 외에도 재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공포의 대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타자와의 연대가 두드러지지만, 반면 일부는 ‘워킹 데드’, 영화 ‘#살아있다’처럼 생존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비 못지않게 두려운 존재로 다가온다. 이청산(윤찬영 분)이 도서관에서 악마화한 타자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 어느 좀비물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도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착한 영양사가 좀비들에게 던져지는 등, 스토리가 진행되며 생존자가 줄어드는 것도 일부 타자의 악마화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물들 가운데 행동 동기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대표적인 캐릭터는 이유미가 연기하는 이나연이다.

효산고등학교가 좀비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함락될 때, 이나연은 드라마 3회에서 같은 반 친구 한경수(함성민 분)에게 인간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다. 영화평론가 미하일 트로피멘코프가 언급한 ‘선한 이들은 자신이 죽음으로 동료를 구한다’는 원칙을, 극중 이나연은 ‘내가 저지르는 악행으로 동료를 사지로 내몬다’는 방식으로 비튼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이나연의 행동에서 의문시되는 점은, 한경수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악행을 저질렀을까 하는 점이다. 학교가 좀비 감염자로 뒤덮이는 공포에 휩싸이기 전부터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집안에 속하는 이나연은 한경수(함성민 분)를 경멸해왔다. 이나연의 행동은 한경수라는 한 사람의 경제적 배경이 과연 인간성의 소외로 내몰릴 만큼의 리스크로 작용했을까를 숙고하게 만든다.

기존 좀비물에서는 경제력 차이와는 관계없이 인간성의 선함과 악함으로 생존자들의 연대 또는 악마화가 판가름 났지만, 이 작품에선 인간소외와 맞물려 그려졌다. 한편, ‘오징어 게임’에서 이타적 인물 지연 역을 맡았던 배우 이유미는 이나연이란 인물을 소름 끼칠 만큼의 빌런으로 탄생시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나연 캐릭터를 통해 경제적인 취약함이 인간을 어떤 윤리적 아노미로 내모는가를 질문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렇게 좀비 아포칼립스에 ‘경제 다위니즘(Darwinism)’을 덧입히고 있다.

* 리뷰② <‘지금 우리 학교는’이 ‘D.P.’의 바통을 잇는 까닭>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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