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것은 알겠습니다. 격이 없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막역함이 그런 발언도 면전에서 할 수 있게 해주었겠죠. 따지고 보면 당사자를 높여주기 위한 칭찬이었을 것이고, 촬영 이후에도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기에 편집 과정에서도 거르지 않고 방송되었을 겁니다. 이런 식의 개인 신변 털어놓기라든지 다른 이와의 친분 과시하기가 방송에선 늘 반복되는 것이기에 굳이 특정한 몇몇 발언이나 묘사한 상황만을 강조해서 꼬집는 것이 과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당사자가 옥주현이기 때문에 더욱 더 불편해 보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감안한다고 해도 이효리의 절친 자격으로 출연한 옥주현이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보기 좋아 보이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발언의 수위에 있어서도, 그 목적을 따져 보아도, 출연한 배경과 방송의 설정을 살펴본다고 해도 여러모로 뜬금없고 의미를 찾기 힘든 이상한 폭로와 칭찬이었어요. 이번 주 방송은 매주 반복되는 평범한 내용이 아닌 해피투게더의 무려 10주년 기념 방송이었거든요. 왜 그녀가 나와서 굳이 그런 민감하고 민망한 내용들을 쏟아내야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아니, 제작진들이 왜 그녀를 초대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지난주의 특집은 해피투게더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깔끔한 구성이었습니다. 신동엽과 탁재훈을 비롯해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MC들과 함께 과거를 추억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입담을 자랑하는 자리는 해피투게더가 아니면 쉽게 마련하기 힘든 멋진 수다잔치였었죠. 이런 쟁쟁한 MC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존재감을 뽐냈던 이효리의 모습도 재미있었고, 그녀와 함께 쿵짝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유진의 재치도, 비록 전화 통화이기는 했지만 목소리로 소식을 알려준 김아중과 김제동 역시도 당연한 등장이었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에 걸맞은 적절한 구성이었어요. 유일한 흠이라면, 왜 출연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G4의 뻘쭘한 방청객놀이였었죠.

그런데 이런 맛깔 나는 말잔치가 몇몇 초대 손님들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일그러져 버렸습니다. 선배들의 버라이어티 진행 능력을 배우며 방청객 리액션을 하던 G4야 기존의 출연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받아준다 해도, 옥주현과 우희진은 왜 등장한 것이죠? 해피투게더 프렌즈의 재현이라고는 하지만 그 방향이 친구에 대한 과거사 폭로로 치우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골고루 배분되었던 토크의 분량이 이들의 등장으로 갑자기 신동엽과 이효리에게 치우쳐져 버렸으니까요. 탁재훈은 또 다시 승승장구의 보조 MC처럼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가뜩이나 말 한 마디 못하던 G4는 화면에서도 사라져버리고 아야 김준호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럴 양이면 그냥 신동엽, 이효리만 출연하는 것이 나았어요.

그 중에서도 옥주현이 털어놓은 핑클의 옛날 시절 다른 연예인들에게 연락을 받은 이야기라든 지, 목욕탕에서 이효리의 몸매에 감탄했다는 식의 발언은 기존 해피투게더의 색깔과도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폭로였습니다. 자극적인 과거사 털어놓기는 다른 토크쇼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해피투게더의 가장 큰 미덕이자 10년간의 긴 시간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은 부담 없는 수다와 편안한 대화였어요. 이런 프로그램의 10주년 기념 파티에서 왜 과거 폭로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개연성 없이 그저 시청자들만 민망하게 한 발언들, 그렇기에 별로였습니다. 이후 이어졌던 돌아온 쟁반노래방은 추억을 만나게 해주었기에 분명 반가웠고, 신동엽의 짓궂음도 반가웠지만, 엉뚱한 초대 손님이 망쳐버린 분위기와 찝찝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어요. 그냥 밉상. 옥주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그녀를 활용하고자 하는 제작진 역시도 마찬가지구요. 그녀와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피투게더 프렌즈의 손님들은 잘 차려져 있던 잔치에 찾아온 의도하지 못한 불청객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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