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 2020년 초 마스크 대란 당시 디지털에 익숙한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마스크 판매처를 찾았다. 반면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마스크 구매처를 찾지 못했고, '고령층이 일회용 마스크를 세탁해 사용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결국 정부는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했고, 마스크 품귀 현상은 없어졌다.

#. 정부가 방역패스를 실시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실시하는 QR코드 체크인 서비스가 일상화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고령층, 시각장애인은 방역패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QR코드를 작동시키기 위해선 수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민센터에서 ‘백신 접종 완료 스티커’를 발급받아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디지털포용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13일 열린 제정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는 조속히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포용법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디지털포용위원회를 신설해 디지털포용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정부는 모든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해 시책을 마련하고, 지역에 관련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취약계층이 포털·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키오스크 등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사업자 역시 접근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노인회, 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은 제정안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우보환 대한노인회 본부장은 “노인과 장애인 등은 행정 및 금융서비스 등에서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며 “디지털 포용 정책을 총괄하는 법이 제정되는 것은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전국 복지관·경로당에 디지털기구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또한 읍면동 단위에서 컴퓨터 교육을 하는 강사가 양성돼야 한다. 디지털 역량이 충분한 노인들도 강사로 채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마루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취약계층은 디지털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스스로를 ‘디지털 난민’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디지털포용법에 공감하고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이 법은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마루 사무총장은 ‘디지털포용위원회’ 위원을 구성할 때 고령층, 장애인 등 당사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사무총장은 “성별만 고려하지 않고, 당사자 일부를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현장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필운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가면 키오스크가 도입돼 있는데, 신체적으로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디지털포용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능정보사회에서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해선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디지털포용법이 제정되면 ‘온기 넘치는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강병원 민주당 의원실)

"미국·유럽·호주·캐나다, 디지털 포용 관련 전략 마련"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포용법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미국은 최근 1400조 원 규모의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여기에는 저소득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있다. 그동안 한국은 유럽을 벤치마킹하고 있었는데, 미국도 이런 식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황용석 교수는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등도 관련 전략을 만들었다. 한국도 지금 시기에 디지털 포용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센터장은 디지털포용법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센터장은 “과거 법의 목표가 ‘문제해결’이었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모든가 주체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디지털 접근성 보장 대상이 확대되야 한다. 장애인, 고령자뿐 아니라 교육, 지역, 경제적 격차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차관은 인사말에서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여러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60.3%에 불과하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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