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과연 한국에서 SF물을 어떻게 만들지 세계가 주목했다. 2021년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정점에 올라서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된 해이기도 하다. 팬데믹 시대, 한국 대중문화는 전 세계로 확장되며 그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2014년 30분짜리 <고요의 바다>가 공개되며 정우성은 이 단편영화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항용 감독에게 8부작 드라마도 연출하도록 요구했다. 박은교 작가가 영화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연작 드라마로 확장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렇게 지난달 2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필수 자원이 고갈된 근미래 지구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렇게 달에 버려진 연구 기지를 향해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고요의 바다>의 플롯이다. 대한민국이 달에 세운 발해 기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폐쇄되었다. 화성 이주가 화두가 되는 세상에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달에 세운 발해 기지가 사고로 폐쇄된 지 수년이 흘러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와야 한다는 임무 자체가 당혹스럽지만 대원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엘리트 군인 출신인 한윤재(공유)를 대장으로 동물 행동학자이자 우주 생물학자인 송지안(배두나), 의사와 비행선 조종사와 엔지니어 등 팀원들이 달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한국 우주항공국 최 국장의 지시에 따라 발해 기지에 남겨져 있다는 위험한 샘플을 가져오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여정엔 단순함 속에 복잡하고 어두운 이면을 감추고 있었다.

지구는 필수 자원인 물 고갈 상태다. 배급제로 물을 받아가는 세상에서 빈부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물을 소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체재를 찾지 못한다면 공멸할 것이다. 바다까지 말라버려 화성 이주나 지구에 다시 물을 만드는 일 외에는 답이 없는 상태다.

이들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물을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물론 지안에게는 언니로 인해 만들어질 골드 카드가 있지만 말이다. 이들의 여정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부기장이 갑작스럽게 바뀌고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며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발해 기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곳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황 차장이 불시착 과정에서 생긴 부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렇듯 달 탐사선에 탄 11명의 대원들은 죽음과 마주하며 발해 기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도착한 발해 기지에 들어서자마자 이들의 공포는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교신이 끊어지며 통신담당 자원자인 류태석 대위(이준)가 고쳐보려 하지만 외부에 나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신이 되어야만 구조대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했다.

이들이 짐을 풀자마자 접한 것은 발해 기지에서 연구에 참여했던 이들의 시체였다. 한 공간에 모여 사망한 이들에게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도 모른 채 샘플을 찾기 위해 각자의 위치로 향하지만 죽음은 다시 한번 이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출발 전날 갑작스럽게 바뀐 부조종사 이기수(최영우)가 샘플을 찾지만 그로 인해 살해당하고 만다. 뭔지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다가와 엄청난 힘과 스피드로 샘플을 가져가고 이기수를 죽였다. 그가 죽은 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다국적 기업 RX가 보낸 자였다. 이번 작전에 다국적 기업도 개입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기수의 죽음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실체가 있는 무언가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공수찬(정순원)은 비말에 의한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 공수찬의 죽음은 이들이 찾아야 하는 샘플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망자 주변에 있는 병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망자의 몸을 누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수찬의 코로 들어가며 문제가 발생했다.

발해 기지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용병의 죽음부터 한 곳에 모여 사망한 기지 사람들 모두 익사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대원들은 공수찬이 자신의 몸속에 있는 모든 물들을 쏟아내며 사망하자 두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 대원들 주변에 늘어나며 한국 우주항공국에서 막아놓은 공간에 들어가며 샘플이라 불리는 것들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건 물일 뿐이다. 월수라고 불리는 달에서 발견한 이 물은 지구에 있는 물과는 달랐다. 이는 죽음의 물이다. 이 물이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공수찬처럼 몸속의 물이 쏟아져 나오며 사망하게 된다. 결국 샘플의 정체가 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지안과 윤재의 대립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의문의 생명체가 정체를 드러냈다. 월수를 찾아 움직이는 이 생명체는 에일리언이 아닌 어린 소녀였다. 소녀의 발견으로 발해 기지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드러났다. 지안의 언니인 송원경이 주도한 비밀 실험이 발해 기지에서 이어졌다. 송원경이 주도한 이 실험은 지구에서는 할 수 없는 은밀한 것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언니가 왜 이런 실험을 했는지 의아했던 지안은 '루나'가 바로 그 어린 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생포된 루나에게 아가미가 존재한다는 점과 월수가 루나에게는 오히려 힘의 원천이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일반적인 인간들은 월수에 노출되는 순간 익사하지만, 최적화된 루나는 이를 통해 초월적 힘을 가지게 된다.

월수의 비밀과 루나의 발견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기 시작했다. 월수를 이용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는 다국적 기업 RX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내부의 적과, 월수와 루나라는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은 밀폐된 발해 기지에서는 극한의 공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요의 바다>는 기존 SF 드라마와 다른 새로운 경험치를 선사한다. 그리고 공간과 상황을 통해 스릴러란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을 극한의 공포까지 이끈다. 히어로나 에일리언에 익숙한 이들에게 8회는 지루할 수 있겠지만 <고요의 바다>는 스릴러의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달이라는 공간이 가진 폐쇄성은 두려움 그 자체다. 산소를 주입해주는 기계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극한 공간에서 발해 기지는 이들의 생명을 지킬 유일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공간이 죽음으로 이끄는 곳이라는 설정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가장 믿어야 할 동료가 적이라는 설정 역시 스릴러가 갖춰야 할 매력을 담고 있다. 폐쇄된 공간, 동지 중 적이 존재한다는 설정과 미지의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 <고요의 바다>는 극한의 공포로 시청자들을 밀어 넣는다.

그 과정은 우주선에 타는 순간 시작되었고 탈출 과정까지 지속된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 설정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도 비슷하다. 눈으로 뒤덮인 집에 가족이 존재하지만 가장 믿었던 존재가 적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미지의 공포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지구이거나 달이나 폐쇄된 공간 속 공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스릴러 장르로서 매력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큰 줄기로 기후 재난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환경이 파괴되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하다. 지구의 물이 모두 고갈되면 결국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시즌 2가 만들어지면 그 환경 재앙에 빠진 지구를 보다 강력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의명분을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 권력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요의 바다>는 가치가 있다.

CG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돈 룩 업>이 900억대 예산이 들어간 점을 생각해보면 250억(8부작)이 소요된 <고요의 바다>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물론 보다 효과적이고, 과학적 검증을 마친 작품이 되었다면 좋겠지만 첫 술에 배 부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SF 영화 <승리호>가 던진 파장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장르가 만들어질 토대를 만들었다. <고요의 바다> 이후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한국형 SF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할리우드가 독점하다시피 한 SF물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도전이다. 특정 국가의 독점이었던 SF 장르에 소규모 제작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고요의 바다>는 이렇게 한국형 SF물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다. OTT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 국가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던 콘텐츠 제작이 이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블랙홀처럼 전 세계 모든 유능한 자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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