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보이스 코리아를 보면서 느끼는 심정은 딱 한마디다. "이건 사기다", 정말이지 노래에 관한 한국은 사기국가다. 인구가 많은 미국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코 많지 않은 인구에서 몇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휩쓸고 지나갔음에도 새로 오디션이 생길 때마다 무릎을 치고, 혀를 내두르게 할 놀라운 실력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보면서도 믿지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1회에 배근석, 2회에 요아리가 있었다면 3회 보이스 코리아의 관심 1위는 스무 살의 소녀 이소정일 것이다. 이소정은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를 불러 심사위원 네 명의 의자를 단숨에 돌려버렸다. 물론 이날 심사위원 올턴의 도전자는 더 있지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이소정이었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 힙합장르를 불렀다는 데 심사위원들을 경악케 했는데,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첫인상에서는 천재성을 기대케 했다.

이소정은 구애작전을 펼치는 심사위원들에게 소울이 접합된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처음 해본 힙합을 소화해낸 실력을 보면 원래 하던 소울은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K팝스타 소울의 아이콘 이하이가 떠올랐다. 이소정이 다음번에 나올 때는 소울이 풍부한 노래를 부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두 소녀의 소울에 대한민국이 흠뻑 젖어버릴 것 같다.

비록 프로그램은 K팝스타와 보이스 코리아로 갈렸지만 언젠가 이들이 가수로 데뷔하고, 한 무대에서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흐뭇한 광경을 미리부터 상상해볼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행복만 무대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매회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도전자들이 속출하면서 보이스 코리아는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생방송의 위대한 탄생2와의 경쟁에서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하나 보이스 코리아가 지금까지의 오디션과 다른 점은 독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도전자에 대한 독설이 아니라 심사위원 서로에 대한 견제와 눈치작전의 일환이라는 점이 다르다.

보이스 코리아는 블라인드 오디션이라는 특징과 함께 일단 복수의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게 되면 위대한 탄생의 멘토스쿨 선정 때처럼 서로의 입장이 바뀌게 된다. 심사위원이 거꾸로 도전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 심지어 노래까지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심사위원들의 예능감 넘치는 경쟁이 보이스 코리아에는 다른 오디션의 엄숙한 심사와 구분 짓게 하는 특징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도전자의 모습을 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오로지 노래만 듣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오디션보다 더 공정한 심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오디션의 필수로 여겨왔던 독설이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심사위원은 의자를 돌리고 난 후에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 독설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오디션 하면 떠오르는 독설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것이 보이스 코리아의 인기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이스 코리아라는 이름값을 하는 도전자들의 놀라운 실력이 우선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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