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딱 한 주 남았다. 예전 김C가 떠날 때에는 이별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분명 누군가 남기는 하지만 그것도 남는다고는 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기에 딱히 보낸다는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런 1박2일의 마지막 여행지는 전라북도 정읍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4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머리에 이고 있는 낡은 영화관에서 그들의 마지막 이벤트가 열렸다. 추억이라는 낡은 이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마지막 여행이고 뭐고 나영석 PD는 추억의 레이스라고 하면서도 세 개의 미션을 내놓았다. 이승기가 나PD에 대해서 “융통성이 하루아침에 생기진 않는다”고 한 것처럼 마지막 여행도 그저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지극히 1박2일다운 덤덤함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또 어차피 시즌2라는 수식이 붙기는 해도 다음 팀을 위해서 너무 요란스럽게 마지막의 의미를 강조할 수도 없는 것이 나PD의 입장이겠거니 이해할 수 있기는 하다.
상영키로 한 것은 엄태웅 누나 엄정화 주연의 댄싱퀸이어서 더 자연스러웠다. 항상 멤버들의 신곡이 나오면 대놓고 밀어주던 1박2일의 조금 못난 제 식구 챙기기는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상영될 때 입장해야 하는 멤버들은 잔뜩 긴장해서 들어갔고, 주변 관객들이 아는 척하려고 해서 더 긴장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본 영화가 스크린을 타고 흘렀다. 멤버들도 안심하고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스크린이 꺼졌다.
자막이 흐르면서 객석은 서서히 눈물로 젖어가고 있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해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없는 많은 복잡한 감정과 회한이 멤버들, 제작진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서 느껴졌다. 서로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지만 그저 다 알 것만 같은 그런 감정들이었다. 멤버들은 어색하게 웃으려고 했지만 그 웃음 뒤에 숨기려는 것이 눈물인 것은 다 알 수 있다. 그렇게 슬픈 영화처럼 자막이 흐르다 한 순간 웃음이 빵 터지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일인 것 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작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짤 때만 해도 PD답게 이성적인 모습을 지켰을지는 몰라도 막상 현장에서의 나PD는 울보였다. 마이크를 잡고 멤버들을 소개해야 하는데 그만 설움이 북받쳐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누구도 도전할 수 없지만 누구라도 도전하고 싶은 대한민국 NO.1 예능을 만들었지만 뜻밖의 일들로 마음고생도 겪었고, 또 본의 아니게 자신도 떠나야 하는 숱한 일들이 그 짧은 시간에 프로듀서로서의 품위를 잊고 엉엉 울게 만들었을 것이다. 울지 않으리라 얼마나 많은 다짐을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지만 나영석도 인간일 뿐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