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딱 한 주 남았다. 예전 김C가 떠날 때에는 이별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분명 누군가 남기는 하지만 그것도 남는다고는 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기에 딱히 보낸다는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런 1박2일의 마지막 여행지는 전라북도 정읍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4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머리에 이고 있는 낡은 영화관에서 그들의 마지막 이벤트가 열렸다. 추억이라는 낡은 이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마지막 여행이고 뭐고 나영석 PD는 추억의 레이스라고 하면서도 세 개의 미션을 내놓았다. 이승기가 나PD에 대해서 “융통성이 하루아침에 생기진 않는다”고 한 것처럼 마지막 여행도 그저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지극히 1박2일다운 덤덤함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또 어차피 시즌2라는 수식이 붙기는 해도 다음 팀을 위해서 너무 요란스럽게 마지막의 의미를 강조할 수도 없는 것이 나PD의 입장이겠거니 이해할 수 있기는 하다.

40년 된 해장국집과 두 번째 케이블카에서 미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평소 1박2일을 보는 것과 다른 것이 없었다. 너무 평범해 오히려 그것이 좀 의아하고, 한편으로는 나PD가 너무 건조한 사람이 아닌가 싶어 미운생각도 갖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멤버들과 시청자 모두를 속인 몰래카메라였다. 두 개의 미션을 무사히 마친 멤버들이 치러야 할 마지막 미션은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이름을 불리지 않은 채 영화 한 편을 무사히 봐야 하는 것이었다.

상영키로 한 것은 엄태웅 누나 엄정화 주연의 댄싱퀸이어서 더 자연스러웠다. 항상 멤버들의 신곡이 나오면 대놓고 밀어주던 1박2일의 조금 못난 제 식구 챙기기는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상영될 때 입장해야 하는 멤버들은 잔뜩 긴장해서 들어갔고, 주변 관객들이 아는 척하려고 해서 더 긴장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본 영화가 스크린을 타고 흘렀다. 멤버들도 안심하고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스크린이 꺼졌다.

40년 된 낡은 영화관이니 이조차 자연스러웠다. 과거 재상영관에서는 영화가 중단되는 사고는 사고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반사로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깜깜해진 스크린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스크린에 자막이 떴다. 그것은 미션이 아니라 나PD가 마지막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였다. 그 이벤트를 위해 동원된 관객들도 모두 비밀리에 섭외된 1박2일 팬 커뮤니티(DC인사이드) 사람들이었다. 놀라운 것은 11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서 단 한 건의 스포일러도 유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막이 흐르면서 객석은 서서히 눈물로 젖어가고 있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해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없는 많은 복잡한 감정과 회한이 멤버들, 제작진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서 느껴졌다. 서로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지만 그저 다 알 것만 같은 그런 감정들이었다. 멤버들은 어색하게 웃으려고 했지만 그 웃음 뒤에 숨기려는 것이 눈물인 것은 다 알 수 있다. 그렇게 슬픈 영화처럼 자막이 흐르다 한 순간 웃음이 빵 터지고야 말았다.

1박2일을 떠난 멤버들을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상렬이는 드라마 찍으러 갔고, 홍철이는 무한도전으로 돌아갔고, 몽이는 집에만 있고, 김C는 독일로 떠났고, 명한이는 CJ로 갔고, 효정이는 SBS로 갔고’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자막이었다. 그러나 ‘대주는 장가를 갔습니다’라는 마지막 한 줄에 나PD 필살의 개그가 숨어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별의 슬픔을 죽을힘 다해 이겨내고 짜낸 개그일 것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떠오르는 예능PD의 시적 개그였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일인 것 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그렇지만 제작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짤 때만 해도 PD답게 이성적인 모습을 지켰을지는 몰라도 막상 현장에서의 나PD는 울보였다. 마이크를 잡고 멤버들을 소개해야 하는데 그만 설움이 북받쳐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누구도 도전할 수 없지만 누구라도 도전하고 싶은 대한민국 NO.1 예능을 만들었지만 뜻밖의 일들로 마음고생도 겪었고, 또 본의 아니게 자신도 떠나야 하는 숱한 일들이 그 짧은 시간에 프로듀서로서의 품위를 잊고 엉엉 울게 만들었을 것이다. 울지 않으리라 얼마나 많은 다짐을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지만 나영석도 인간일 뿐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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