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소문만 무성했던 1박2일 시즌 2의 새로운 멤버들이 결정되었습니다. 예상이 어떠하던지 일단 보고나서 판단할 일입니다.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프로그램과 궁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왜 저 자리에 뽑았을까 싶은 사람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며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 되어 줄 수도 있으니까요.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괴상한 균형인 멤버들을 선택했고, 솔직히 누가 발탁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멤버들에 대한 아쉬움을 버릴 수 없기에 분명 초반에는 잡음과 불만, 낯설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질 터이지만, 그런 반응을 응원과 환호로 바꾸기 위해서는 역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런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호불호나 적응에 대한 우려와 같은 섣부른 예측들과는 별개로 다른 의미에서 이번 발탁된 멤버들의 구성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아요. 누가 유별나게 능력이 떨어져서도, 시청자들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가 아니기 때문도, 예전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부족한 활약이나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함 때문도 아닙니다. 이들의 직업군 자체가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활력과 에너지를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죠. 1박2일 시즌 2의 새로운 멤버들 중에는 배우가 너무 많아요.

연기자가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개그맨이라고 해서 버라이어티에서 특출 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가수들의 예능 진출이 언제나 성공적이었던 것도 아니거든요. 배우 중에서도 의외의 발견을 보여주며 재평가되었던 좋은 예도 허다하고, 그 활약을 발판삼아 재도약의 기회를 얻은 이들도 많습니다. 직업군의 문제가 곧바로 프로그램의 적응이나 적합함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본업이 무엇인지보다 결국은 그가 어떤 사람이냐겠죠.

그런데 이런 개개인의 자질이 아닌 그들이 전념해야 하는 연기자로서의 일정 조정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환경은 결코 1박2일의 촬영 일정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느긋하고 여유롭지 않습니다. 분단위로 쪼개면서 촬영지로 이동해야 하고, 집에서 편안히 쉬지도 못할 만큼의 철야 촬영이 수시로 반복됩니다. 촬영 하나가 끝나야 다음 장면을 위한 쪽 대본이 난무하는 실정에다, 편집이 끝나자마자 방송이 되는 지옥 같은 일정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반년의 기간 동안 소화해야 하죠.

그 와중에 겨우 조정해서 1박2일의 시간을 할애하여 예능 촬영에 들어간다고 해도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인해 집중할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 성실한 이승기도 내사랑 구미호를 비롯하여 드라마 촬영이 겹치는 기간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저조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1박2일 시즌2에 참여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연기 겸업의 어려움 때문이었죠. 최근 런닝맨의 에이스 송지효도 계백의 촬영 동안에는 아예 등장도 하지 못하거나 최대한 체력 소모를 피하는 방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겠나요? 연기자의 예능 겸업이란 이런 어쩔 수 없는 갈등과 무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런데 새로운 1박2일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기자들이 무려 4명이나 됩니다. 기존의 엄태웅에다가 김승우와 차태연, 주원까지 모두가 본업이 연기이죠. 이들이 새로운 드라마에 투입되었을 때, 과연 촬영장 분위기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중 절반에 불과한 두 사람만이라도 연기 활동을 하게 된다면 원활한 일정 조정이 가능할까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다가 체력적인 부담이 굉장한 1박2일에서 연기와 예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에요. 1박2일 시즌 2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 멤버들의 연기 휴업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다는 거죠.

장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들의 구성원들 중에서 왜 연기자들의 분포가 적은지를 알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 중에서 연기자가 있나요? 남자의 자격에서 왜 비덩 이정진이 중도에 하차했을까요? 송지효가 계백에서 벗어난 이후의 런닝맨이 훨씬 더 좋아 보이지 않던가요? 이것은 새로운 1박2일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한폭탄이 될 것입니다. 그저 섭외에 급급한 나머지 유지를 위한 생각과 배려, 깊은 고민이 부족한 캐스팅. 무리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아쉬운 선택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걱정부터 되는 조합이군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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