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의 설정과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출연자 중에서 누가 남고 어떤 사람이 새롭게 참여할 것인지, 어느 부분을 유지하고 또 어떤 내용을 추가할 것인지, 심지어 이름을 어떻게 정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이제 예고된 종영을 앞두고 있는 1박2일의 자리를 메워야 할 새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관련 보도 자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구는 캐스팅이 되었다고 확정된 것처럼 말하다가도 곧이어 반박 인터뷰가 언론을 타고, 새로운 야외 버라이어티를 추구한다고 했다가도 그냥 기존의 1박2일 틀을 유지한다는 포부가 발표되기도 합니다. 결국은 여전히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실토이죠.
하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것 하나는 있습니다. 어떤 포맷과 출연진으로 새 출발을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황제 이승기는 없을 것이란 예고된 하차이죠. 새로운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고 있고,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위해 스케줄 조정에 난황을 겪은 지 오래된 그가 아직까지 1박2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리를 다 지킨 것이라는, 그렇기에 1박2일의 후속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아쉽지만 우호적인 반응이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니까요. 가칭 1박2일 시즌2는 이승기 없는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깔끔하게 정리하자면 1박2일에서 이승기는 MC이자 에이스이고 막내였습니다. 나영석 PD와 함께 프로그램의 전체 맥락을 잡고 꼭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몫은 단연 이승기의 것이었습니다. 강호동이 했던 1박2일 특유의 정리 멘트는 언제나 이승기가 담당했었고, 제작진과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과 긴장 조절 역시도 이수근과 함께 전면에 나서서 맡아야 했습니다. 굳이 정리한다면 1박2일의 메인 MC는 사령관 나영석 PD가 맡은 지 오래되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1인자로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간판은 단연 이승기였습니다.
게다가 막내입니다. 각종 궂은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팀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전담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마스코트이죠. 강호동 체제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1박2일에서 인지도와 인기 담당은 이승기의 것입니다. 형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매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른스러운 막내로 팀을 이끌어도 그 모습은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고 오히려 대견하고 듬직하게 보입니다. 막내만의 산뜻함과 겸손함을 그 긴 시간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유지하며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거죠.
말하자면, 무한도전에서 일인자인 유재석과 에이스 정형돈, 막내인 하하를 런닝맨에서는 MC 유재석과 에이스 송지효나 김종국, 막내 이광수의 역할을 단 한 사람 이승기가 모두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죠. 과연 새로운 1박2일에서 이런 빈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긴 시간에 걸쳐 숙성되어야 하는 이 역할을 완성시킬 출연자가 등장할 때까지 과연 시청자들이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이승기의 활약이 빼어나면 빼어날수록 후속 프로그램의 한숨과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참사를 예고하는 활약. 마지막 특집을 준비하면서 이승기가 보여준 존재감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특별한 청년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